ⓒ이창분, green leaves 21113(acrylic on canvas, 116.8X91cm, 2021
ⓒ이창분, green leaves 21113(acrylic on canvas, 116.8X91cm, 2021

 

[아츠앤컬쳐] 나는 매일 앞산을 오르내리며 영혼의 광합성을 했고, 그렇게 얻은 빛의 힘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와 깊숙이 시선을 맞추던 무성한 녹색 잎들, 오후의 태양 아래 타오르던 꽃잎들, 가볍게 흔들리는 얇은 꽃잎에 스미던 투명한 공기, 그 모든 것들은 단순한 탄성처럼, 혹은 탄성 이후의 침묵처럼 내 화폭에 자리 잡곤 했다. 그렇게 나는 그늘을 모두 삼켜버린 채 높은 채도로 웃고 있는 꽃잎들과 녹색 혈관을 지닌 나뭇잎들을 중력이 미치지 않는 빛 속에 풀어놓았다.

색채에 대한 기억은 사물과 함께 온다. 혹은 그 사물에 쏟아져 내리는 빛이나 어둠의 깊이로부터 살아나기도 한다. 아무 의도도 없이 고른 색채가 나를 이끌어가고, 최초의 색채와 붓 터치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늘 그렇듯 화면에 남는 것은 기억의 혈흔인 듯하다. 그리고 나는 슬픔을 지우듯 캔버스를 덮은 색들을 화이트로 겹겹이 지워나간다. 내 그림 속의 화이트는 여백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두터운 빛의 층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그 어느 곳보다 황홀한 빛을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섬 제주의 바람결 속에 내 기억의 편린들을 꽃잎처럼 띄워 보낸다.

    -작가 노트

 

이창분 

198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8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3회 및 KIAF, 화랑미술제, 싱가폴 아트페어, 살롱도톤느 등 국내외 아트페어와 국내외 단체전 다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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