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송화, Les ondes, (파동) Huile sur toile, 80x80, 2025
ⓒ고송화, Les ondes, (파동) Huile sur toile, 80x80, 2025

 

[아츠앤컬쳐] 고송화(1950년생, 재불작가)의 작품은 절제된 선과 색을 통해 깊은 집중과 통찰을 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보여준다. 서예를 통해 다져온 숙련된 붓놀림과 호흡을 통제하는 고된 수련의 시간들은, 그녀의 화면 위에 고요히 새겨진 선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선들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으며, 선과 색으로만 구성된 화면은 관람자로 하여금 고정된 해석을 넘어 자유로운 사유와 감상의 세계로 이끈다. 작가가 자연에서 길어 올린 색채는 여름 나뭇잎을 스치는 빛, 저녁 하늘의 농담, 고요한 밤의 깊이, 바위의 질감, 황금 들녘의 따스함, 지중해의 청록빛을 닮아 있다. 선명하면서도 시적인 감성은 작품을 마주한 이들의 감각을 천천히 깨워낸다.

ⓒ고송화 Les ondes, Huile sur toile, 60x120, 2022
ⓒ고송화 Les ondes, Huile sur toile, 60x120, 2022

 

고송화는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자유로운 역동성을 담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이고 명상적인 행위를 통해 탐구해왔다. 이러한 사유의 여정은 Les Ondes 시리즈로 이어져, 기하학적 선, 서구적 모노크롬, 한국적 정신 세계를 융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화면 속 선은 점에서 시작해 파동으로 확장되며 빛을 발산한다. 태양빛의 스펙트럼처럼 파장의 진동을 따라 무지개를 그려내고, 그 선들은 때로 피아노와 기타, 바이올린의 현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 색을 칠하고, 선을 긋는 순간, 작가는 고요한 집중 속에서 정신을 선에 실어 흘려보낸다. 그렇게 탄생한 선들은 바다가 되고, 땅이 되고, 하늘이 된다. 몰입의 시간 속에서 자아를 비워내고, 무한한 세계 속 진정한 자유와 만나는 경험은 관람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빛과 소리는 물질을 넘어 정신의 파동으로 변하고, 그녀의 선들은 우리를 조용히, 그러나 확연히, 무한한 세계의 문 앞까지 인도한다.

 

글 ㅣ 이혜숙

Art salon de H(아트 살롱 드 아씨)대표

IESA arts & culture 프랑스 파리소재<예술 감정 및 아트 비즈니스 석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