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차가운 금속 위로, 생명의 온기가 스며든다. 임동락의 조각은 단순한 덩어리가 아니라, 태동하고 자라나는 형상이다. 스테인리스, 돌, 금속 같은 현대의 재료는 그의 손을 거쳐, 어느새 공간과 어우러지는 생명체가 된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Point-Mass IV>는 표면이 거울처럼 매끄럽고 붉은빛을 띠는 구체이다. 구체는 주변의 형상들을 불러들여 새로운 가상공간을 창조해 내고 기하학적 형상 속에 대립과 긴장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외형은 현대 문명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시작을 암시하는 알 같기도 하고 씨앗 같기도 하다.
작가가 빚어낸 추상 형태는 단순히 아름답기보다는, 삶과 도시, 자연과 인공 사이의 긴밀한 대화를 불러일으킨다. 임동락은 아날로그의 손끝에서 디지털 감각을 받아들이며, ‘point’라는 명제를 따라 조형의 새로운 흐름을 그려낸다. 그의 조각은 공간을 점유하기보다는 공간을 열어젖히고, 우리로 하여금 잠시 멈추어 사유하게 하고 틈 사이를 유영하게 한다.
2012년,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국제 조각전 'OPEN'에서 특별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Arte Communications가 베니스 문화재청과 공동 주최하고, 이탈리아 외무성과 문화성이 후원한 자리로, 임동락의 <Point-Mass> 연작은 그 중심에 놓였다. 같은 해, <Point-Mass IV>는 베니스 영화제 특별상 트로피로 선정되어,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수여되기도 했다. 조각이 도시를 채우고, 예술이 영화와 만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단단하고 고요한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는 세계의 시작을 마주하게 된다.
글 ㅣ 이혜숙
Art salon de H(아트 살롱 드 아씨) 대표
IESA arts & culture 프랑스 파리 예술 감정 및 아트 비즈니스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