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광장은 본디 넓고 사람들이 모이기 좋아서 여기저기 모여 떠들며 즐겁게 노는 곳이다. 잘 알려진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신문기자인 그레고리 펙이 공주 신분이지만 구석구석을 잘 모르는 로마 촌사람 오드리 헵번을 데려간 장소 중 하나가 스페인 광장이다. 스페인 광장이 즐거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공주를 광장의 즐거운 분위기에 들뜨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레고리 펙은 공주가 일반인들과 어울려 광장에서 환한 웃음을 짓는 스틸 컷을 사진 기자에게 찍게 하여 이 특종사진을 팔아 한몫 잡고 싶어 했다. 사진 판매는 자신의 변심으로 불발했지만 사진 촬영까지는 계획대로 성공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은 1955년 흑백 영화 ‘로마의 휴일’ 시절이나 2019년 지금처럼 1백 년 후에도 로마 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들며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레고리 펙이 한국 기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공주를 요즈음의 광화문 광장으로 데려가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홍대 앞이나 이태원, 강남 가로수길로 데려갔을 것이다.
우리들의 광화문 광장은 스페인 광장 같은 분위기보다는 각종 시위대들의 구호 소리가 드높다. 때로는 정치적 반대 입장의 사람들이 충돌할 위험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지난해 광화문 광장,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가 5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광장들이 언제쯤 갈등과 외침 대신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평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돌아가게 될까.
이러한 와중에 광화문 광장이 현재의 모습에서 크게 바뀌게 된다. 서울시는 국가와 1,04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21년까지 현재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몰아 3.7배 넓게 만든다고 밝혔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도 옮겨진다. 차도는 현재 10차로에서 교보문고 쪽으로만 왕복 6차선으로 줄어든다. 서울시는 노선 및 정차역이 확정된 GTX A 노선에 광화문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신분당선 환승역도 추진한다. 광화문 광장 지하에 대규모 공간을 확보하고 도서관, 카페도 추가한다. 이 지하광장이 시청 지하와 을지로 지하를 거쳐 동대문까지 지하보도를 연장한다. 여기까지는 모두 추진 확정이다.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며 세종문화회관 북쪽 세종로주차장에 콘서트홀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토가 아니라 확정 추진이 요구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현재 집이 없다.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을 매번 빌려서 정기 연주회를 한다. 당연히 연간 마스터플랜을 세우는데 본질적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당국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도 이미 세계적 규모의 세계적 도시다. 그래서인지 서울시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지향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베를린필, 빈필,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들은 모두 전용홀이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외에 부산시립, 광주시립, 대구시립, 대전시립, 인천시립 등 대도시 오케스트라들은 모두 집이 있다. 나아가 성남시 고양시 수원시 등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들도 대부분 집이 있다. 서울시향이 연주만 잘하면 되지 예술의전당이나 롯데콘서트홀 같은 거대 시설이 왜 또 필요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특히 현대 서예는 거친 글씨가 더 유행이라 나쁜 붓으로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연주자라도 나쁜 악기로는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대의 장인들이 첨단 과학을 동원하고 아무리 공을 들여 만들어도 바이올린, 첼로는 연주자들이 17세기 18세기 스트라디바리우스, 아마티, 과르네리 등 수백 년 전 명장들의 악기를 더 비싼 값에도 사고 싶어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훌륭한 악기는 훌륭한 콘서트홀에서 연주될 때 제대로 소리가 난다.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는 1억 원을 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8억 원, 10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스피커 무게가 100kg이 넘는 경우도 많아 혼자서 드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왜 하이엔드 스피커가 100kg이 넘을까. 당연히 스피커 자체보다, 스피커 통이 무겁기 때문이다. 견고하고 반향이 좋은 스피커 통을 디자인해야만 스피커 자체에서 나오는 소리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깊은 울림으로, 때로는 터질 듯이 울려댈 수가 있는 것이다.
서울시향이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지향한다면 전용홀은 검토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