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빈필 신년음악회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
2019 빈필 신년음악회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

[아츠앤컬쳐] 전쟁과 평화. 전 인류사의 강력한 축약어다. 전쟁과 평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예측 가능성이다. 전쟁 시대에는 어떤 것도 예측이 힘들다. 승리, 패배의 예측이 가장 힘들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대한 대처가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의 ‘신이 아직 가지고 있는 12척의 배’로 막강 전력의 일본 대규모 선단에 대항해 승리를 거둔 것을 예측 가능했던 일로 자신 있게 분석할 수 있는 전략가, 역사가, 정치가, 경영학자가 있다면 대단한 통찰력일 것이다.

개인, 가정, 사회, 국가 모두 당연히 전쟁의 시대보다는 예측 가능한 평화의 시대를 추구한다. 전쟁과 평화의 차이와 같이 선진 사회와 후진 사회를 구분하는 기준도 예측 가능성이다. 예측 가능성을 기준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신년음악회란 매우 친숙하고 반가운 이름이다.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올해에도 새해를 맞아 여러 가지 이름과 형태의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문제는 예측 가능성이다. 우리의 신년음악회들은 예측 가능성이 크게 부족하다. 반면 오스트리아 빈필 신년음악회는 올해에도 정확히 예측 가능한 시간과 장소에서 예측 가능한 레퍼토리와 형식으로 열린다. 지휘자도 예정 발표했는데 2019 지휘자는 가장 독일스러운 지휘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틸레만이다. 틸레만은 엄격한 부분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중의 한 명이지만 빈필 신년음악회의 빈 왈츠라는 것은 엄격한 것보다는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 더 중요시 여겨지므로 오히려 틸레만의 해석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틸레만은 잘 알려진 것처럼 지난번 베를린필이 자진 사임을 선언한 사이먼 래틀 후임으로 새 음악감독을 뽑을 수밖에 없었을 때 1순위 후보에 올랐던 최정상급 지휘자이다. 1순위 후보군 중에 탈락되었을 때 가장 상심이 컸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휘자가 틸레만이다. 그런 그가 이번 빈 신년 음악회에서 빈필과 빈 왈츠를 연주한다. 전 세계에서 5천만 명 이상이 동시 시청하는 빈필 신년음악회에서 그가 보여줄 또 다른 행복감을 기대한다.

저 멀리 유럽 오스트리아 빈 상황보다 예측하기가 더욱 난해한 우리의 신년음악회 모습은 어떠한가. 일단 2019년은 2018년에 비해 신년 음악회가 매우 빈약하다. 우리나라 대표적 공연장 예술의전당에서는 2018년 1월 2일 TV조선 주최로 ‘The Voice of Duo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1월 3일에는 뉴코리아필하모닉 주최로 ‘2018 새해 인사 나눔음악회’, 1월 7일에는 ‘서울시향 2018 신년음악회’가 이어졌다. 또 1월 9일에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2018 신년음악회’, 1월 27, 28일에는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가 열린 바 있다.

반면에 2019년은 어떠한가. 2019년 1월 4일에는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 신년음악회’가 예정되어 있고, 26일과 27일에는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그리고 30일에는 ‘코리안 심포니 신년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표적 교향악단이라 할 수 있는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두 단체는 2018에는 마치 정상 대결을 펼치듯 하루 차이로 신년음악회를 가졌었는데 2019년에는 없는 것이다.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모두 국내 최정상이자 아시아 최정상을 다투는 단체다. 두 단체 모두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비약한다는 비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교향악단임에도 신년음악회를 해마다 열렸다 말았다하여 우리로 하여금 예측이 불가능하게 한다.

신년음악회. 그 얼마나 희망차고 싱그러운 이름인가! 선진 사회 여부를 가르는 키워드를 ‘예측 가능성’이라 했을 때 적어도 신년음악회부터라도 우리 사회에서도 빈필하모닉 같은 안정적이고 초장기적 기획이 진행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우리도 꼭 오스트리아 빈 시민들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고 예측이 가능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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