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급속 팽창 중인 인천 송도 신도시 바닷가에 멋진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이 탄생했다.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11월 17일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의 협연 입장권은 온라인 예매 1분 만에 매진되는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아트센터 인천 하루 전 같은 공연이 있었으나 순식간 매진은 없었으니 외견상 아트센터 인천의 예술의전당에 대한 승리이다. 한번이라도 지방 공연장이 서울의 한국 최고를 이겼다는 점에서 반갑다.

하지만 아트센터 인천에 남겨진 무거운 숙제는 예술의전당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안겨준 조성진 공연 이후이다. 인천과 송도의 발전은 아트센터 인천에서 앞으로 어떠한 공연이 계획되고, 관객들이 얼마나 그곳을 즐겨찾느냐에 달려있다. 조성진으로 스타트는 멋지게 장식했다 해도 문제는 이제부터다.

아트센터 인천 부지 건설 및 운영을 주관하는 포스코 측은 앞으로 이곳에 오페라하우스와 미술관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콘서트홀 건설에만 2400여억 원이 투입되었으니 상식 수준으로는 오페라하우스와 미술관 준공에 5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오페라하우스는 콘서트홀보다 무대가 크다. 통상 우리 눈에 보이는 실제 무대와 같은 크기의 무대가 뒤편, 오른편, 왼편 세 개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리 만들어놓은 오페라 1막, 2막, 3막, 4막 장치들이 막간의 짧은 시간에 변환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석 규모가 같다고 해도 오페라하우스는 건설비가 많이 든다. 콘서트홀보다 운영 인력도 압도적으로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간 예산 규모는 두 배 이상이 필요하다.

미술관은 또 어떤가. 건물은 콘서트홀 예산에 맞춰 지었다 해도 컬렉션이 문제다. 세계적 경매장에서 이름난 화가들의 작품이 수백억 원, 수천억 원에 낙찰되고 있다. 만약 포스코 측이 아트센터 인천 부지에 오페라하우스와 미술관 건설자금으로 48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면 진심으로 말리고 싶다. 이름뿐이고 사실상의 본질적 기능은 수행 불가능한 의미 없는 건물만 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이 추가 건설 없이 4800억 원의 자금이 콘서트홀 운영에 투입되는 상황을 가정하자. 가장 안전하게 뉴욕이나 서울의 상업용 건물에 투자해 임대료 수입을 연간 5%만 상정해도 연간 240억 원이 나온다. 이 돈을 전부 콘서트홀에 투자하면 인천은 서울을 넘어서 국내 최고, 나아가 아시아 최정상급의 콘서트홀을 가지게 될 것이 확실하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은 서울시향의 베토벤 말러 교향곡 연주를 음반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서울시향이 일본과 중국의 모든 오케스트라를 제압하고 아시아 최고 수준을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서울시향이 아시아 최정상권을 자랑하던 시절은 몇 년을 못가고 끝났지만 당시 서울시가 서울시향 예산으로 지출한 돈은 1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예산 100여억 원이면 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가 2-3년 내에 탄생할 수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바이올린, 첼로 개별 연주자들이 전 세계 최고 정상권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십 년간 전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계속 석권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음악의 저력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탄생하려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아직 막강한 개별 연주자들의 힘을 모아 막강한 연주 단체를 만들고 유지할 시스템 운영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트센터 인천 측이 추가적 건물에 5000억 원을 투자하는 대신 오케스트라 등 기존 건물의 소프트웨어에 5000억 원을 투자하게 된다면 우리는 즉시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 정상권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때는 서울의 클래식 팬들이 서울 예술의전당으로보다는 인천 송도 아트센터 인천을 향해 기꺼이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의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중국의 클래식 팬들도 비행기를 타고 인천 송도로 날아와 피난 겸 아트센터 인천에서 아시아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게 될 것을 믿는다.

만약 아트센터 인천에 아시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상주하게 된다면 당연히 이 건물은 아시아 최고의 음악 성지(聖地)가 될 수 있다. 아시아 최고의 음악성지를 가진 송도와 인천은 당당한 자존심의 도시가 된다.

포스코 측이 아트센터 인천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포스코 관할 송도 신도시 부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한국의 클래식 팬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정말 좋은 오케스트라를 위해, 한국에 서울보다 멋진 지방도시의 탄생을 위해, 공허한 하드웨어의 단순 확장전략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최고급화 전략을 선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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