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천만 점의 컬렉션과 1818년 건립돼 2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2018년 9월 2일 화재로 컬렉션의 90% 이상을 잃어버리는 대참사를 당했다. 알레산데르 케우네르 박물관장은 “이 나라의 창세기가 불탄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분과 브라질의 역사가 사라졌다.”며 애통해했다고 한다. 박물관장은 화재의 1차적 책임자이지만 이번 참사에 책임이 크지 않아 보인다. 브라질은 총체적 국가 부실경영으로 최소한의 박물관 유지비, 방화대책비를 지급할 자금과 마음조차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은 브라질 박물관 화재를 계기로 특별 점검을 이행 중이라 보도하였다. 화재 예방은 박물관 미술관에서 너무나 필수적이고 당연한 업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박물관 미술관들이 과연 재난으로부터 지킬 가치가 있는 컬렉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먼저고 더 시급한 상태로 본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9월 18일 남북 정상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숙소를 안내하며 우리는 준비하느라고 했지만 세계 각국 좋은 곳을 많이 다녀보신 문 대통령에게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 부족한 것을 인식하는 경우에는 발전이 있다. 우리 박물관 미술관의 컬렉션 수준이야말로 세계적으로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문화시설 중 연간 최다 방문객을 자랑하는 예술의전당은 금년 여름에도 클림트 전을 통해 엄청난 관람객을 모으며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자체 컬렉션은 클림트와 같은 명품이 거의 한 점도 없는 수준이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된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과연 컬렉션이라 할 작품이 있는지 없는지 몇 달째 똑같은 외부 작가 기획전만 열고 있어 재미도 없고 답답하다. 입장료 4,000원이 아까운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미 있는 컬렉션은 국공립 기관에서는 포기된 상태다. 차라리 일부 민간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국보급 100개 수집을 목표로 했다. 삼성 컬렉션은 창업자 이병철 회장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은 국보 12점, 보물 9점을 모았다.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국보 37점, 보물 115점으로 확대시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생산 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서도 고용 절벽을 맞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 10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무역수지 흑자국 반열에 끼어있는 현재 상황은 삼성그룹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수출 효자품 삼성 반도체가 ‘세계 제일’이 된 이유는 호암 이병철 회장의 세상 최고 명품 컬렉션에 이은 명품 감상, 명품 인정, 명품 생산 때문으로 본다. 즉 명품 컬렉션은 절대 사치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성공한 연예인이 명품 백과 구두를 열심히 사 모은다면 경우에 따라 사치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많다. ‘정통 종합 영어’라는 명저를 남긴 송성문 씨는 책 팔아 모은 돈으로 국보급 불경을 사 모았다. 그리고 아무런 조건 없이 박물관에 모두 기증했다. 송성문 씨는 개인적으로 돌 수집도 좋아했다. 자비를 들여 절대로 팔릴 수 없는 고급 양장본 ‘수석’이라는 책을 출판해 주변에 무료로 돌리기도 했다. 송성문 씨가 생전에 모은 아름다운 돌들은 과거 송성문 회장이 소유했던 빌딩에 전시 공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흩어져 아쉬움을 주고 있다.
박두진 시인도 수석을 좋아해 수집했다. 필자가 문화일보 기자 시절 시인의 자택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시인은 자신이 모은 돌들을 필자에게 하나하나 소개하며 마른 수건에 일부러 물을 묻혀 돌에 물을 축이고는 “이래야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며 너무나 즐거워하셨다. 박 시인이 손수 그린 수묵화와 수석 컬렉션 등 300여 점은 현재도 다행히 안성 시립 보개도서관 ‘박두진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삼성 그룹을 뛰어넘는 제2, 제3의 삼성그룹이 계속 탄생하기를 진정으로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암 이병철 컬렉션,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넘어서는 컬렉션에 도전하는 사람이나 그룹이 나와야 한다는 가설을 세워본다.
글 | 강일모
前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경영학박사/ 음악학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