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편
[아츠앤컬쳐] 오랜 역사와 전통이 흐르고 있는 프로방스에는 여행자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물론 여행자들이 프로방스의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환경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예술가들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한 지식과 정보가 있다면 당연히 여행의 감흥과 깊이는 배가될 것이다. 그래서 테마별로 즐기는 프로방스의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프로방스의 역사유적테마 여행
프로방스는 고대의 문화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프로방스는 로마인들에게 뛰어난 문화와 교역의 중심지로 번창할 수 있는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기원전 22년, 프랑스의 아를(Arles), 프레쥐(Frejus), 글라늄(Glanum), 오랑주(Orange)로 들어와 지역을 점령하고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놓는다. 지금도 그 흔적들은 잘 보존되어 있어 여행객들은 비교적 쉽게 로마인들의 유적지들을 프로방스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르세유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항구도시로 꼽히며 로마 시기 이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고대도시의 흔적도 만나 볼 수 있다.
우선 파리를 기준으로 프로방스의 첫 관문인 오랑쥬에서는 카이사르가 프로방스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개선문이 있고 가까운 곳에 생트로핌 언덕 기슭에 위치한 고대 극장도 만나 볼 수 있다. 오늘날 고대 극장에서는 많은 음악 행사가 열리며 클래식 팬들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오랑쥬에서 나와 30분만(32km)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비뇽에 이르게 된다. 아비뇽은 서양 역사에서도 아주 굵직하게 다루고 있는 아비뇽유수의 배경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아비뇽의 교황청은 유럽 종교사의 매우 상징적인 곳으로 꼽히며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재는 로마네스크와 고딕식 조각 그리고 중세 이탈리아 시에나 출신의 유명한 화가 시모네 마르티니의 프레스코화가 보전되어 있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아비뇽의 교황청은 1309년~1377년까지 7대에 걸쳐 로마 바티칸의 교황이 아비뇽에 머물며 사용한 새 교황청 건물로 프랑스의 왕 필리프 4세의 압력으로 선출된 클레멘스 5세가 아비뇽으로 거처를 옮기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교황이 거주하는 장소로 보이기보다는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진 거대한 요새에 가깝다. 교황청 말고도 아비뇽에는 랜드마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비뇽 다
리 위에서’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생 베네제 다리이다.
1177년부터 1185년 사이에 론(Rhon)강 위에 지어진 생 베네제 다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순례자들과 상인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다리로 22개의 아치로 이어진 거대한 스케일로 지어졌지만 17세기까지 끊임없이 부셔지고 보수하고를 반복하다가 더 이상 보수작업을 멈춰버린 바람에 여전히 끊어진 상태로 그 모습이 유지되고 있다. 끊어진 다리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많은 관광객들은 그 위를 올라가고 싶어한다.
이 외에도 아비뇽에서는 여름에(7월에서 8월 한 달) 열리는 세계적인 연극축제가 아비뇽의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 많은 연극과 음악 애호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아비뇽에서 남쪽으로 50분 정도 내려가면 아를이 나온다.
아를이 언급될 때면 사람들은 주로 반고흐를 떠올리지만 사실 로마시대의 역사유적으로 그 이름을 먼저 알린 곳이다. 그만큼 도시 곳곳에는 로마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 프랑스와 아를시는 유적의 보존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를에는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로마인들의 원형경기장이 존재하며 고대 로마극장, 콘스탄틴 고대 대중목욕탕, 고대 로마 공동묘지도 볼 수 있다. 특히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에서는 지금도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식 투우가 열리고 있기도 하다.
아를 근교에 위치한 생레미드 프로방스에는 기원전 1세기의 유적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 유적으로 꼽히는 개선문과 당시 로마 최고 가문이었던 율리우스 성씨를 물려받은 율리우스 가문의 영묘가 세워져있다. 그뿐만 아니라 로마인들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도시 글라늄의 유적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아를과 아비뇽 사이에 위치한 님(Nimes)에는 로마의 상징적인 유적지 퐁뒤가르(Pont du gard)가 있다. 퐁뒤가르는 2000년 전에 지어진 세상에서 가장 높은 로마 수도교로 5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위제스(Uzes)부터 님까지 무려 50km가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물을 운반한 다리다. 현재도 48m 이상의 높이와 275m 길이의 양쪽 언덕을 매우 튼튼한 모습으로 이어주고 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화려한 문화를 널리 퍼트렸던 그리스와 로마, 그때의 찬란함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프로방스에 흔적들로 남아 문명 역사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글·사진 | 강정모
유럽가이드이자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세계 유명 여행사이트인 Viator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여러 기업에 출강하며, 아트 전문여행사 Vision tour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