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Mahler
Gustav Mahler

 

[아츠앤컬쳐] 말러의 교향곡 중에 ‘밤의 노래’라는 곡이 있다. 그의 7번째 교향곡이다.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진취적인 작곡 기법과 다채로운 분위기의 묘사가 빼어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교향곡은 기존의 교향곡들과는 달리 모두 5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서 ‘밤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2악장과 4악장뿐이다.

말러는 창작을 위해 휴가를 가곤 했다. 일터를 벗어나 휴가를 가서 작품을 만들곤 했던 것이다. 1904년에는 남부 티롤 지방을 여행했다. 이때 ‘밤의 노래’라는 2개의 악장들이 떠올라 그것들을 악보에 적었다. 이듬해에는 이 두 개의 악장들과 연결될 다른 악장들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런 악장들을 떠올리기 위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지만 여행 중에도 악상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으며 작곡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곡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배를 타서 노를 젓는데 그때 1악장의 악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마이에르니히로 돌아간 후에는 4주 동안 1,3,5 악장을 작곡하여 친구인 아틀러에게 곡의 완성을 알렸다. 이때가 1905년 8월 15일이었다. 1908년 8월 19일에 말러의 7번 교향곡 초연이 프라하에서 이루어졌다. 연주는 체코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이날의 연주에는 내로라 하는 음악인들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브로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 알렉산더 젬린스키 같은 인물들이 이날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음악의 수도 빈에서의 초연은 1909년 11월 3일에 이루어졌는데 이때 그 유명한 아놀드 쇤베르크가 공연을 관람했다. 이때의 연주는 쇤베르크를 몹시도 감동시켜서 그는 말러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어떤 악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도저히 얘기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였습니다!”

쇤베르크는 모든 악장을 마음에 들어 했으며 음악의 인상들이 투명한 멋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다. 조성의 변화가 대담하게 펼쳐지고 여러 악장에서 급격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양상들이 쇤베르크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교향곡 7번 ‘밤의 노래’는 말러의 실험정신이 고도로 발휘된 작품이다. 이 곡은 난해한 인상들과 특이한 악장 구성 때문에 많은 혹평을 받기도 했다. 절친한 지인 중에서도 이 곡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이들이 있었으며,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도 곡의 난해함에 대해 토로하였다.

교향곡 제7번은 진보적인 관현악법을 보여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너무도 다양한 음색들로 멋진 인상들을 펼쳐 보였기에 관현악 기법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걸작으로 기록되었다. 말러는 이 대작을 직접 초연 지휘했다. 교향곡 7번을 완성했을 때는 아직 교향곡 6번을 초연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곡의 연주는 교향곡 6번을 초연한 이듬해로 미루어진 것이다. 체코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기념연주회에서 지휘를 위촉받았던 말러는 그 연주회에서 자신의 새로운 교향곡을 초연하여 역사적인 무대를 펼쳐 보인 것이다.

1908년에 프라하에서 초연될 당시 말러의 지지자들은 이 교향곡에 ‘밤의 여행’이라는 제목을 붙이자고 제안했었다. 낭만주의 시대에 무한히 펼쳐졌던 밤의 상념에 이 교향곡의 심지를 연결하고자 한 것이다. 말러의 교향곡은 7번은 거대한 상념의 세계이다. 이 교향곡은 빼어난 상념의 날개를 펼쳐 거대한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는 말러의 창작력이 도약하는 멋진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의 천재성에 감탄을 보일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다. 호수에서 노를 젓는 듯한 서주로 시작되는 세계가 말러의 교향곡으로 우리를 이끈다! 탐미적인 ‘밤의 노래’가 우리에게 펼쳐지는 것이다.

글 | 이석렬
2015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심사위원, 2015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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