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1913년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극장, 러시아 출신 공연기획자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가 제작하고 스트라빈스키 작곡, 니진스키의 안무로 발레 ‘봄의 제전’이 올라가는 첫날이었다. 앉아있던 많은 관객들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고 뭐고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진정 음악인가 소음인가에 대한 언쟁으로 목청을 높이다 결국 주먹다짐까지 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고 급기야 경찰들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그날부로 공연계의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자의건 타의건 간에 이 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런 일들은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심심치 않게 일어났었다. 이미 이런 해프닝이 있기 160년 이전 1752년부터 1754년 사이 프랑스 파리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논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은 1764년 작곡가 장 밥티스트 라모가 사망할 때까지 이어졌는데 코믹오페라에 관한 찬반논쟁, 바로 ‘부퐁논쟁’이다. 1752년 8월 1일 오늘날의 파리 오페라에서 이태리 작곡가 페르골레지의 ‘마님이 된 하녀’가 공연되면서 뜬금없는 프랑스 부퐁 논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프랑스 작곡가도 아니고 젊은 나이에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논쟁의 선봉에는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를 칭송하던 ‘장 자크 루소’가 있었고 반대편에는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 의 작품처럼 전통 프랑스적인 장중한 음악을 선호하는 ‘장 필립 라모’가 있었다. 간결하면서 멜로디가 쉽고 스토리 중심의 이태리 코믹오페라를 칭송하던 루소는 프랑스의 음악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소음에 가깝다고 일갈했었다.

이런 열렬한 지지자들의 지지가 있어서인지 막간극이라고 불리며 독립된 오페라가 아닌 분위기 띄우는 용도로 만들어졌던 나폴리 오페라는 결국 파리, 유럽, 심지어 바다 건너 미국까지 건너가 오페라 부파라는 형식의 이름을 달고 로시니, 도니제티, 모차르트 같은 후대의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전 세계 오페라 공연장을 평정하게 된다. 아마 당시 프랑스에서는 시민혁명 바로 이전이었기에 시민의식이 발전하던 시기라서 루소는 더욱 시민의 편에서 공연 장르까지도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유럽 문화계에 이런 논쟁을 안겨 준 페르골레지는 정작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태리만 하더라도 보통 귀족들의 오페라는 심각한 주제의 오페라가 많았다. 일반 공연장에서 올리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은 흥행에 실패하면 제작자가 부도를 내게 되어 레퍼토리의선정에 매우 신중했다. 그래서 택한 안정 장치가 바로 심각한 오페라의 중간에 뜬금없긴 하지만 짧은 코믹 오페라를 넣곤 했다. 그 대표 격인 작품이 바로 페르골레지의 ‘마님이 된 하녀’다.

‘마님이 된 하녀(나폴리 바르톨로메오 극장, 1733)’의 내용은 간단하다. 여주인공 하녀 세르피나는 부자 총각인 집주인 우베르토의 집안일을 맡고 있다. 주인과 결혼하고 싶어 남자 동료 베스포네를 데려다 애인인 척한다. 무뚝뚝한 성격의 베스포네를 보고 우베르토는 세르피나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데, 결국 ‘4,000만원 줄래, 나랑 결혼할래?’ 물어보는 세르피나로 인해 우베르토는 그녀와의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하녀는 마님이 된다.

페르골레지가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보다 한참 어른이지만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이태리의 모차르트’다. 나폴리에서 성장한 그였기에 그의 음악에는 모차르트 같은 발랄함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38세에 세상을 등진 모차르트의 죽음보다도 훨씬 이른 26세에 저세상 사람이 된 것도 짧은 생애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으로 이태리의 모차르트라는 별명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의 음악이 단순히 가벼운 주제와 기법만으로 이루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음악 유럽 공연사에 한 획을 그었던 카스트라토(거세 테너) 파리넬리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영화 중에는 페르골레지의 종교곡 ‘Salve Regina’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한다. 그리고 모차르트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페르골레지의 종교곡 ‘Stabat Mater’의 마지막 부분이 등장한다. 지금 들어도 모두 가볍지 않은 분위기의 음악이다.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내용이 가볍고 음악적 어법도 간결한 오페라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당시 귀족들이 좋아하던 장중하고 비극적인 신화적 내용을 가진 고급스러워 보이는 오페라가 진짜 오페라인가? 에 대한 대답은 지금도 여러 사람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여러 형식의 오페라는 모두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재에도 두 장르 모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 공연장에서 공존하고 있다. 부퐁 논쟁이후 260여 년이 지난 지금 만약 루소가 바그너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음악을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 소음공해?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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