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요즘 대한민국의 경제는 북한 핵 이슈로 시작한 사드라는 블랙홀에 빠졌다는 기사가 많다. 냉전시대로 곧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간의 전쟁은 서로에게 총을 쏘고 미사일을 쏘는 예전의 과격한 때와는 달리 지금은 국가 간 교역이 워낙 커진 상태라 복잡한 이해관계 이익관계 사이에서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만 들들 볶이는 것 같다. 마치 조선 말기처럼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공갈 및 협박죄로 고소당할 수준의 말 폭탄들이 국가 정상 간의 공식발언 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오간다. 한국이 무슨 카지노판이나 고스톱판도 아닌데 말이다. 참 세상의 법은 정말 복잡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면 괴로우니 알아서 적응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 소식을 즉각적으로 TV뉴스, 신문, 인터넷 등으로 접하고 이해하는 시절에 살고 있다. 이런 많은 기사들 중 우리에게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실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는 소위 특종 저널리즘에 주는 권위 있는 상이 있다. 바로 퓰리처상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 작품들의 전시가 가끔 있는데 각각의 사진들은 그 한 장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사진들이다.

미디어 재벌이었던 헝가리계 미국인 죠셉 퓰리쳐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은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에서 관할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발행된 신문 잡지 등을 대상으로 시작해 현재는 온라인 저널리즘, 문학, 작곡 등 여러 분야에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까지 수여하고 있는 권위 있는 상이다. 20개의 분야로 나뉘어 수상자들을 선정하고 마지막 21번째는 사회봉사상 수상자를 선정해 골드메달을 수여한다.

역사상 이 상을 두 번 받은 예술분야 작곡가는 단 3명, 그 중 한 명은 미국 국적자도 아닌 상태로 미국에 살았던 이태리 사람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2007)로 그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작품은 오페라 The Consul(1950) 그리고 뮤지컬 The Saint of Bleecker Street(Broadway Theatre in New York City on December 27, 1954) 두 작품으로 수상했다.

17세의 나이에 오페라<피에로의 죽음>으로 대본과 음악을 모두 창작하는 비범함을 보여준 메노티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미국의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레너드 번스타인과 사무엘 바버 같은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과 수학하게 된다. 1950년 메노티에게 첫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 <The Consul>은 유럽의 독재국가로부터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오페라이다.

오페라 <The Consul>은 뉴욕에서만 270회 공연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주인공 아내역의 성악가가 퓰리처상 수상과 같은 해에 도날드슨 최고 음악부문 여우주연상을 차지한다. 작곡 당시 메노티는 이 역에 당시 막 데뷔한 마리아 칼라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니, 사람 보는 눈도 비범했음을 알 수 있다.

오페라 <The Consul>은 1947년 2월, 미국비자를 거절당해 자살한 폴란드인을 다룬 기사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살았던 불행한 운명의 친구들의 기억도 메노티에게는 오버랩되었다. 이작품은 1900년에 제작된 푸치니의 토스카와 매우 흡사한 부분이 많고 사실주의 오페라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인물들 설정 역시 관료주의의 다양한 군상들이 보이고 반체제인사, 숨겨주는 사람, 경찰, 자살 등 스펙타클한 요소들이 들어있다.

유럽의 전체주의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로 활동 중인 주인공 존 소렐은 어머니와 아내의 도움으로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은둔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은둔이 힘들어진 그는 미국으로의 망명을 계획하고 그를 대신해 아내가 영사관을 향한다. 미국 비자를 원하는 엄청난 인파 속에서, 군중에게 최면까지 걸어 보이며 심사에 좋은 인상을 주려 노력하는 마술사를 보며 존의 아내 마그다는 자신이 얼마나 비자를 얻기 힘든 조건인지 자각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사를 만나기 전 사무실에서 나온 비밀경찰까지 보게 되자 그녀는 완전히 낙담해 자리를 피하고 만다. 이후 아이들과 시어머니가 죽게 되고 남편은 목숨을 걸고 아내와의 망명을 위해 영사관에 찾지만 잠복해 있던 비밀경찰들에게 체포된다. 그는 경찰들에게 간신히 허락을 받아 마지막으로 부인에게 전화 연락을 취하지만 낙담한 마그다는 집 전화벨 소리를 뒤로한 채 오븐의 가스를 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무대를 통해 시대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 현실에 놓인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전체주의라는 명분 아래 개개인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냉전의 시기라 어떤 이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예를 들면 메노티의 친구이며 세계적인 지휘자 겸 작곡가로 이름을 날린 번스타인은 활동의 정상에서 반체제 인사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FBI에 끌려가 취조를 받고 전향한다는 문서에 서명까지 하고 풀려난 일이 있었다.

요즘 대한민국의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블랙리스트는 언제나 존재했던 것 같다. 먼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 온 국민들의 의견이 둘로 쪼개진 형국에서 발생하는 살생부 같은 것이라 끝이 없어 보여 더욱 안타깝다. 이 복수혈전은 언제 그칠까?

신금호
성악가, 오페라 연출가, M cultures 대표, '오페라로 사치하라'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 영국 왕립음악원(RSAMD) 오페라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학(RNCM) 성악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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