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새롭게 떠오른 중산층, 끊임없이 발명되는 기계들, 지식인들의 활발한 사상적 교류로 20세기 초의 유럽은 사회적인 변혁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이탈리아 시인 겸 소설가인 필리포 마리네티(Filippo Marinetti)는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를 예민하게 느꼈다. 마리네티는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피가로>에 「미래주의 선언」을 발표하게 되고 이것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적인 예술운동 ‘미래주의’의 시작이었다. 마리네티는 「미래주의 선언」에서 새로운 세대에 적합한 생활양식과 표현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1882년~1916년)는 이러한 마리네티의 지지자로서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로 미래파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물체와 공간의 상호관련성을 추구하고 조각의 공간개념을 넓혔다. 『공간에서의 병의 전개(Development of a Bottle in Space)』(1912), 『공간에서의 연속성의 독특한 연속체(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1913)가 유명하다.
특히, 미래주의 미학을 가장 성공적으로 반영했다고 평가 받는 작품인 『공간에서의 연속성의 독특한 연속체』는 걷고 있는 인간의 속도감과 운동성을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유로 동전에 부조로 조각까지 된 이 작품은 공간에서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시간과 공간을 모두 담고 있는 새로운 조각의 개념을 실현시켰다. 곡선과 직선이 조화롭게 사용된 걷고 있는 인체는 마치 바람에 펄럭이는 듯 돌출되고 밀려남을 반복하며 운동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보치오니는 전쟁을 지지하며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에 스스로 지원한다. 이렇게 자진 입대함으로써 보치오니의 작품 활동은 중단되는데, 1916년 훈련 도중 낙마(落馬) 사고로 33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와 같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미래주의 역시 쇠퇴하기 시작했다.
다른 레포츠에 비해 승마 산업은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에 승마 도중의 낙마 사고가 많지는 않지만, 낙마 사고로 인한 인명 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승마 도중 낙마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가 법적 다툼으로 번진 적이 있다.
승마선수를 육성하고 관리하고 있는 A협회는 승마장을 관리·운영하면서 회원들의 가입비와 월회비 등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A협회의 부회장인 김○○은 승마장의 입장료, 월회비, 교육비 등의 수입을 관리하면서 그 운영을 총괄하였다. 강○○은 경마선수 출신으로 다른 승마장에서 승마교관으로 1여 년 정도 일하던 자로, 잠시 무직인 상태였는데, 승마장을 소개해 달라는 이○○의 부탁을 받고 A협회가 운영하고 있는승마장을 알려 주었다. 이○○는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중급 수준의 승마인이었는데 강○○과 함께 승마장을 들르게 된 5월 4일 바로 A협회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다.
이○○는 다음날인 5월 5일 다시 승마장에 들르게 된다. 이때 강○○은 자신의 친구이자 A협회 승마장의 회원인 최○○와 함께 승마장에서 이○○를 만난다(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5월 5일은 어린이날인 관계로 승마장과 인접한 공원에서 확성기를 사용한 어린이날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승마장에는 비회원인 어린이들도 이용료를 내고 말을 타기 위하여 찾아온 상황이었다.
이○○는 강○○이 지켜보면서 조언을 해주는 가운데 12세 된 거세마 ‘★★★’을 타고 약 1시간 정도 승마를 한 후, 말고삐를 느슨하게 붙잡고 마장(馬場)과 사무실을 잇는 계단을 서서히 지나가면서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곳을 방문한 어린이 대여섯 명이 계단을 뛰어 내려오면서 “말이다!”라고 소리치자, ‘★★★’이 갑작스럽게 앞으로 5m 정도를 뛰어나가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자, 이○○는 ‘★★★’을 제어하여 약간 총총걸음으로 진행하였는데, 제어과정에서 자세가 우측으로 기울자 ‘★★★’을 멈추게 하면서 안장에 바로 앉으려다가 고삐를 쥐고 있는 손으로 ‘★★★’의 눈을 가리게 되었고, 이에 다시 놀란 ‘★★★’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바람에 낙마하여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였다. 한편, 이○○가 낙마할 당시, 이 사건 승마장에서 같이 승마를 즐기던 최○○가 탄 말 역시 갑자기 흥분하여 속도를 낸 채 승마장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비로소 속도를 늦추었다.
이에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말은 원래 겁이 많고 민감한 동물로서, 물체가 앞에서 날아다니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는 빨리 내뛰거나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는 등의 이상반응을 보여 통제가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승마장의 관리·운영을 총괄하는 A협회의 부회장인 김○○은 말들이 흥분할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승마를 연기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방문자들이 뛰거나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말들의 이상반응으로 인한 낙마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함이 없이 이○○를 승마케 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김○○의 과실로 인하여 이○○가 사고를 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이○○가 탄 말뿐만 아니라 최○○가 탄 말 역시 같은 상황에서 이상반응을 보인 것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가 아니라 승마장 주변환경의 문제로 인하여 ‘★★★’이 이상반응을 보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A협회와 A협회의 부회장인 김○○은 이○○및 이○○의 유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강○○이 이○○에게 승마지도를 잘못하여 사고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는 교관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승마를 할 수 있는 중급 수준의 승마인이기 때문에 말이 놀라 뛰는 경우까지 대비하여 교관이 말의 고삐를 잡거나 그 뒤를 따라다니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는 없고, 강○○은 A협회에 소속된 교관도 아닐 뿐만 아니라, 평소 안면이 있어서 호의로 승마장에 동행하여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해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사고에 관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말을 탄 기수로서는 말 위에서 손이나 몸동작을 크게 하는 등 말이 놀랄만한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이○○는 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이○○의 과실이 사고 발생에 있어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약 5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A협회와 A협회의 부회장인 김○○은 나머지 50%에 대한 배상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 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