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쇼팽과 상드의 사랑이야기는 예술계의 전설과도 같다. 쇼팽을 만날 당시 상드는 쥘 상도, 알프레드 드 뮈세 같은 유명한 남성들과 교제를 했던 터였다. 뮈세는 상드와의 연애가 끝난 후 ‘이 시대의 총아가 하는 고백’이라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입장에서 상드와의 관계를 묘사했으며, 상드 역시 ‘그녀와 그’라는 소설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다가 상드와 쇼팽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이 사랑은 쇼팽과 상드 어느 쪽에서도 일생을 통해 가장 유명한 사랑으로 역사에 남았다.
두 사람은 상드의 친구였던 다구 백작부인이 개최한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쇼팽에게 첫눈에 반한 상드였지만 쇼팽은 당시의 만남에서 그다지 높은 호감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쇼팽은 한 편지에서 친구에게 이렇게 썼다.
‘그녀가 여자가 맞긴 맞아?’
쇼팽은 상드에게 별다른 호감을 갖지 못했지만 상드는 연인이었던 뮈세를 차버리고 결국 쇼팽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이내 두 사람의 관계는 파리에서 공공연한 것이 되었는데, 남장을 즐겨 입고 굵은 시가를 피워대는 상드와 섬세한 감성의 쇼팽이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파리 사교계의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겨울을 이국의 따뜻한 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유명한 ‘빗방울 전주곡’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 마요르카 섬으로의 여행이다.
당시 쇼팽은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추운 파리의 겨울을 피해 스페인 남쪽의 지중해의 섬에서 사랑으로 충만한 겨울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 여행은 쇼팽의 건강회복을 위하여, 그리고 상드의 두 아이들인 모리스와 솔랑주와의 친분을 높이기 위해 이행되었다. 두 연인과 두 아이들은 추운 겨울을 피해 지중해의 섬 마요르카로 떠났다.
그렇지만 이 여행은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결과를 낳았다. 적당한 숙소를 찾지 못해 수도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머물러야 했으며 섬의 기후도 예년과는 다르게 아주 혹독했다고 한다. 쇼팽은 각혈을 하게 되었고 섬의 날씨는 쇼팽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와중에 마요르카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이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빗방울’이라는 별칭을 얻은 ‘전주곡 Op.28-15’이다.
어느 날 상드와 두 아이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외출하고 쇼팽이 혼자 숙소에 남아있을 때 마침 비가 왔다. 쇼팽은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빗속에서 고생하고 있을 상드를 생각하며 이 곡을 지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왼손이 반복하는 음울한 음들을 들으면서 빗방울을 연상하곤 한다. 천재성과 여성의 모성애가 감싸인 시공에서 ‘빗방울 전주곡’이 탄생한 것이다.
쇼팽과 상드는 쇼팽의 건강 회복을 위해 2월 중순까지 마요르카섬에 머물렀으나 건강이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쇼팽에게 있어 마요르카 시기는 그의 작곡 인생에서 상당히 생산적인 시기라고 평가된다. 빗방울 전주곡뿐 아니라 전주곡집의 많은 곡들이 여기서 작곡되었다. 쇼팽 일행은 마요르카 섬을 떠나 스페인을 거쳐 마르세유에서 몇 달 동안 머물면서 건강의 회복을 기다렸다. 그 이후로는 주로 노앙에 있는 상드의 저택과 파리를 오가며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었지만 연애 기간 동안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쇼팽의 많은 대표작들이 상드와의 사랑 기간에 작곡되었으며, 조르주 상드 역시 이 시기에 자신의 여러 대표작들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술적으로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글 | 이석렬
2015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심사위원, 2015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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