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노 마을에서 몬테 섬으로 연결된 크리스토의 이제오 호수 위 걸작, 오렌지 빛길
술자노 마을에서 몬테 섬으로 연결된 크리스토의 이제오 호수 위 걸작, 오렌지 빛길

 

[아츠앤컬쳐] Land Art(대지 미술)의 대가, 불가리아 출신 미국인 환경 설치 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Christo Javacheff)가 이태리 이제오(Iseo) 호수에 떴다. 프랑스 퐁네프 다리와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하얀 천으로 통째로 포장하는 작품을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던 그가 이번엔 이태리 북부 이제오 호수에 길을 만들어 그야말로 물위를 걷는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일명 The Floating Piers 라는 작품명을 가진 이 호수 위의 길은 본토 술자노(Sulzano) 마을에서 이제오 호수에 떠 있는 몬테(Monte) 섬과 개인 소유의 아주 작은 산 파올로(San Paolo) 섬을 잇는 폭 16m에 총길이 4.5km의 길로 물위에 둥둥 뜨는 단단한 20만개의 플라스틱 통을 연결해 만들어졌고 7만m²의 오렌지색 천으로 전부 포장되어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모두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예상을 초월한 많은 인파가 유럽 전 지역에서 물위를 걷기 위해 모여들었다. 비록 술자노 주변 모든 마을이 교통 통제가 되어 크리스토 길이 시작되는 술자노 마을까지 도착하는데 나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필자의 경우는 이제오 호수에서 50km 떨어진 가까운 곳에 사는 덕분에 세계적인 아티스트 크리스토의 작품을 그나마 쉽게 방문해 볼수 있는 커다란 행운을 누렸다.

작은 산 파올로 섬으로 연결 된 오렌지 빛길
작은 산 파올로 섬으로 연결 된 오렌지 빛길

생애 처음으로 물위를 걸어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린 아이처럼 신나 있었는데 막상 호수 위 오렌지 빛길에 올라서자 상상 이상의 흥분과 감격으로 맨발로 팔짝팔짝 뛰어 다니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온 정신과 온 몸의 감각들이 깨어 춤추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역시 크리스토의 Land Art는 그 엄청난 스케일이 주는 압도적인 매력이 위대한 대지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흉내낼 수 없는 그 만의 쇼킹한 세계적인 전시임을 실감했다.

특히 구름 속에 가려 져 그 틈새로 뻗어 나오는 태양빛에 반사 된 오렌지 빛길은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저너머 딴 세상을 연출한다. 그 신비스러운 세상을 고개 들어 쳐다 보며 폭신거리는 환상의 오렌지빛 길을 홀리 듯 몽환 상태에서 따라 가 보는 경험을 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고 매혹적인 느낌이다. 크리스토, 그가 만든 예술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푹 빠져 새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으니 온전히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년, 아니 수십년 걸려 계획해서 막대한 자금을 퍼부으며 만들어진 작품을 불과 2주 남짓 선보이고 철거시키는 그의 대쪽같은 작가 정신이다. 전시 기간 연장을 원하는 술자노 구청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절을 하며 철거를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은 모든 이의 가슴 안에 남아 있으면 그만이라고 여유있게 말한다.

“우리의 예술은 오직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크리스토의 말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시간까지 완벽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그의 치밀함에 감탄한다.

크리스토 덕분에 이제오 호수의 몬테 섬과 산 파올로 섬은 유럽에서 더욱 크게 그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특히 몬테 섬은 거주민 1,800명의 이태리 호수에 존재하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으로 여행객들을 위한 여러 가지 서비스 시설이 부족함없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곳 저곳 산책하며 볼거리가 많아 앞으로 대지 예술이 펼쳐졌던 유명세를 타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몬테 섬을 찾을 것이다. 필자도 크리스토 덕분에 몬테섬을 방문한 이후 흥미를 느끼고 섬 전체를 둘러보기 위해 몇 번을 더 찾고 있다. 몬테 섬을 볼 때마다 크리스토의 오렌지 빛길이 머리 속에 그려져 그가 말한 대로 그의 작품은 선명히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lavitaj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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