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5월호에 소개한 시칠리아 섬의 타오르미나(Taormina)가 해발 300m 산중턱에 위치한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여성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시칠리아의 도시라면, 이번 호에 소개하는 시라쿠자(Siracusa)라는 도시는 바다 앞에 위치해 시칠리아 섬도시의 특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정통적인 시칠리아 풍경을 자랑하는 섬마을이다. 시칠리아 섬 중동부에 위치한 카타니아(Catania) 공항에서 이오니아 해안도로를 따라 60km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시라쿠자 도시에 도착한다. 옛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는 시칠리아 본토에서 짧은 교각으로 연결된 작은 오르티자(Ortigia) 섬에 자리잡고 있다.
여행객이 많은 도시답게 시라쿠자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기차역에서 바로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전용 버스를 운영하며 모든 명소를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그 코스를 섬 전체 구석구석까지 연결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필자는 이 작은 섬 남서쪽에 있는 아레투자(Aretusa) 연못 앞에서 내려 시라쿠자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현실과 전설이 만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레투자 연못은 시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지 가운데 하나이며 역대 시인과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이 연못 앞을 지나는 해안 도로를 따라 시칠리아의 눈부신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남쪽 끝으로 걸어 내려가면 시라쿠자 성으로 유명한 마니아체(Maniace) 성이 나온다.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으로 밝은 베이지색 옛 성벽과 짙푸른 시칠리아 바다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분위기는 요새 그 자체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서부터 시라쿠자 항구를 지키기 위한 군사 목적으로 이 성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오르티자 축제 등 여러 이벤트에 사용되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시라쿠자의 관광 명소가 되어 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의 규모가 제법 크고 등대가 멋지게 우뚝 솟아 요새의 운치를 더한다.
시라쿠자 성을 나와 섬 반대편 해안 도로를 걸어 북쪽으로 올라가며 마주하는 풍경은 그야말로 시칠리아를 잘 드러내는 자유로움이다. 오른쪽에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두고 그 해안선을 따라 왼쪽으로 남부향 흠뻑 느껴지는 허름한 건물들이 빼곡히 곡선을 그리며 박진감 넘치는 그림을 완성한다. 그저 분위기에 홀려 바다와 건물을 한 눈에 넣고 앞만 바라보고 걷다가 시라쿠자의 꽃인 두오모 성당을 보기 위해 섬 중앙으로 향하는 거리로 들어선다. 바닷가 앞 허름한 낮은 건물들과는 달리 섬 중앙 거리에 늘어선 건물들은 제법 규모도 크고 도시풍으로 세련됐다.
아르키메데(Archimede) 광장의 아름다운 디아나(Diana) 분수를 거쳐 화려한 역사적 건축물들이 양쪽으로 위엄을 자랑하는 미네르바 거리(Via Minerva)에 이르니 길이 끝나는 왼편 끝에 그야말로 웅장하고 우아한 바로코 양식의 시라쿠자 두오모 성당이 나타난다. 살짝 핑크빛이 감도는 흰색의 대리석으로 지어져 햇살을 받으니 성당 전체가 눈이 부시도록 빛을 반사한다. 7세기에 건축이 시작되 18세기 초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당당히 등재되며 천년 세월 시라쿠자 도시를 굳건히 지켜 왔다.
이 밖에도 시라쿠자에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적들과 각종 중세의 건축물들이 산재해 있어 휴양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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