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보석 같은 마을

몬테 발도(Monte Baldo) 정상에서 바라다 본 가르다 호수
몬테 발도(Monte Baldo) 정상에서 바라다 본 가르다 호수

 

[아츠앤컬쳐]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 가르다(Garda),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호수이기도 하며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 <아츠앤컬쳐> 5월호에서 가르다 호숫가 마을 중 하나인 시르미오네(Sirmione)를 소개하면서 이 호수를 살짝 소개한 적이 있다.

몬테 발도 정상 풍경
몬테 발도 정상 풍경

한국에서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곳 이탈리아에선 여름 휴가지로서 상당히 유명한 명소이며 특히 독일, 영국, 스위스 등 근거리 유럽 국가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이탈리아 북부 3개 주인 롬바르디아(Lombardia) 주, 베네또(Veneto) 주,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Trentino-Alto Adige) 주에 걸쳐 드넓게 펼쳐지는 가르다 호수의 표면적은 대략 370㎢로 이탈리아 최대 호수이며 그 수심은 최고 364m로 꼬모(Como) 호수와 마조레(Maggiore) 호수 다음으로 깊다.

몬테 발도 정상 풍경 2
몬테 발도 정상 풍경 2

이 방대한 호수 주변에 많은 마을들이 들어서고 가르다 호수가 주는 축복을 흠뻑 누리며 호수 휴양지로서 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시르미오네에 이어 필자의 주목을 끈 말체지네(Malcesine) 가르다 호수 마을.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보석같은 장소로 설레임 그 자체이다. 실은 가르다 호수가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몬테 발도(Monte Baldo)라는 산 정상을 쉽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흥미로운 정보를 획득하고 여행을 계획하던 중 그 케이블카 타는 곳이 말체지네라는 마을에 위치해 있음을 알았다.

스칼리제로 성에서 내려다 본 말체지네 마을 풍경
스칼리제로 성에서 내려다 본 말체지네 마을 풍경

이 마을에 큰 관심 두지 않고 서둘러 가르다 호수 전경을 보러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더 고즈넉이 그 자태를 드러내는 가르다 호수. 2,000미터가 다 되는 몬테 발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르다 호수의 흐린 날 정경은 그야말로 잠시 숨을 멎게 하는 장관이다. 날씨 덕이 더해져 어쩜 그리도 고요한지. 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한 폭의 수묵화 느낌. 햇살 가득한 화창한 날씨에는 분명 맑은 수채화가 되리라 또 다른 기대를 하게 만든다.

말체지네 마을 정경
말체지네 마을 정경

호수도 호수이지만 드넓게 펼쳐지는 산 정상의 들판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멋진 풍경이다. 높은 지역 탓에 갑자기 낮아진 온도로 가져 간 두꺼운 재킷이 유용하게 쓰였다. 몬테 발도 산을 내려와 구시가지 중심 마을로 들어갔다. 큰 기대 없이 그저 한번 돌아보는 개념으로 들어선 마을 모습에 깜짝 놀라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그 느낌.

말체지네 호숫가
말체지네 호숫가

가르다 호수 주변 어떤 마을보다도 이 마을에선 시간이 그대로 정지해 있었다. 마을 규모도 예상보다 커서 이곳저곳 둘러볼 곳이 많고 각각 표정이 다른 다양한 느낌의 마을 구석구석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ㄷ자의 작은 중심 항구를 둘러싸고 레스토랑과 바가 마을의 활기를 더했고 필자도 항구 바로 앞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드나드는 유람선과 작은 통통배들의 움직임을 평온히 즐겼다.

스칼리제로 성이 보이는 말체지네 호숫가
스칼리제로 성이 보이는 말체지네 호숫가

말체지네에도 시르미오네 마을에 있었던 스칼리제로(Scaligero) 가문의 성이 호수 앞에 우뚝 솟아 호수와 마을은 물론 몬테 발도 산까지 바라다 보이는 360도 파노라마를 자랑하며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 모양 갑자기 밀어 닥친 소낙비로 하늘엔 흰빛 섞인 먹구름이 장엄한 유화를 선보이고 있는 반면 가르다 호수는 그 독특한 하늘빛이 반사되어 맑고 투명한 짙은 옥색을 띠며 신비롭게 백조와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흔하게 볼 수 없는 광경이라 한참을 그리 그렇게 홀린 듯 서서 자연이 그린 명작을 바라보았다.

글·사진 | 김보연
아츠앤컬쳐 밀라노특파원, 日本女子大學 卒業, 문화 칼럼니스트
lavitaj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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