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아키타는 일본의 현 중 하나로 도호쿠 지방 북서쪽에 있다. 중심도시도 같은 이름인 아키타 시. 곡창지대라 쌀과 술(사케)이 많이 나며, 아키타 미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전통적으로 미인으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겨울축제를 포함해 계절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곳곳에 산재한 온천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 드라마 ‘아이리스’의 일본편을 여기서 찍어 드라마 촬영지를 돌아보는 코스도 즐겁다.
설렘과 즐거움을 더욱 크게 주는 것은 예상치 않은 여행이다. 일본, 아키타로의 여행은 유럽을 여행하는 중에 갑자기 결정되었다. 일본여행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막상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손닿을 곳에 있다고 미루다가 결국 얻지 못하는 게 많은데 내겐 일본도 그러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눈도 더 많이 내리고 더 추운 ‘아키타’라는 도시로 겨울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걱정에다가 일정도 바빠 아키타에 대한 정보도 거의 찾아보지 못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아키타는 말 그대로 설국이었다. 우리나라의 겨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쌓인 눈이 어마어마하고 아름다웠다. 지붕 위나 들에 쌓인 눈의 높이만 봐도 허리 높이 이상이었다. 겨울여행은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을 한 번에 뒤집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중에도 창밖은 오로지 흰색뿐이었다. 세상이 이렇게도 눈부셨던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눈으로 가득한 아키타의 풍경에 빠져든 채로 도착한 곳은 ‘타자와호’였다. 버스 창 아래로 푸르고 맑은 물이 가까이 보였다. 물이 아닌 모든 곳을 덮고 있는 흰 눈과 오묘한 푸른 빛의 호수는 감탄사 말고는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버스는 호수를 끼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호수는 그 규모만으로 가히 바다라고 해도 될 것처럼 넓었다. 버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호수의 용이 되었다는 ‘타츠코 동상’이 있는 곳에 도착해 멈추었다.
호숫가 작은 신사에 매달린 방울이 바람에 흔들려 청아한 소리를 냈다. 사람이 없는 고요한 호수를 따라 걸으니 눈을 밟는 소리도 신비롭게 들렸다. 호수보다 더 시릴 것 같은 파란 하늘과 붉은색을 칠한 작은 신사, 그리고 무결점의 하얀 눈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색상 조합으로 눈과 가슴을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기대나 준비도 없이 온 여행에서 만난 최고의 순간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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