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외로움 10, 캔버스에 아크릴, 91cm x 117cm, 50호, 2016
느긋한 외로움 10, 캔버스에 아크릴, 91cm x 117cm, 50호, 2016

 

[아츠앤컬쳐] 스위스의 체르마트는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이루는 몬테로사 산괴의 북쪽 비탈면, 해발 고도 1,620m 지점에 위치하며 마테호른이나 몬테로사까지는 승강기와 등산철도가 통하고, 암벽이 노출된 ‘마텐’이라고 불리는 풀밭에서는 방목이 이루어진다. 고지 휴양지로서 샤모니 등과 함께 알프스 등산 및 스키의 중심지이다. 주민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카톨릭교도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의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로 유명한 마테호른이 유명하다.

우리에게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은 유럽여행 중이던 1878년 체르마트에 방문했다. 그가 찾은 때에는 아직 산악열차는 없었고 도보로 등반을 해야했다. 17명의 산악 가이드를 포함해 약 200여 명이 등반에 참여했는데 22배럴의 위스키와 154개의 우산 등을 갖고 올랐다고 한다. 1881년에 출간된 여행 기록인 <어 트램프 어브로드>에 레펠베르크 등반이야기를 실었고 마테호른을 ‘산악의 나폴레옹’이라고 표현했다. 앞발을 높이 들어 올린 말에 타고 있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떠올리니 일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마테호른과 그 주변 봉우리의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행히 구름이 거의 없는 화창한 날씨에 마테호른의 아름다운 풍광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전망대 주변에서 한참 사진을 찍고 내려와 정상에 있는 호텔에 딸린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커피는 마테호른이 보이는 노천에 앉아 덜덜 떨면서 마셨지만 지금도 그 순간의 커피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몸을 녹이고 봉우리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붉은 기운이 하늘에 가득해졌다.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전망대로 올라가 마테호른이 빨갛게 변해가는 최고의 순간을 카메라와 눈, 그리고 가슴에 담았다. 돌아가 캔버스에 옮길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붉은 기운도 모두 어둠으로 바뀐 다음 마지막 열차를 탔다.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bjh4372@hanmail.net / www.facebook.com/jh.bae.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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