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아듀!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작품이 서울에서 전격 공개된다. 물론 세계 최초다. …(중략)… 전 세계 미술계를 진동시킬 이 작품은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이다. 1890년 6월에 탄생한 작품이다. 고흐가 자살 한 달 전에 그린 그림으로, 그가 말년을 보낸 파리 근처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절 그렸다. 실존하는 고흐의 수채화(템페라) 가운데 유일하게 실재가 확인된 작품이다.
고흐는 생전에 수채화 185∼187점을 그렸다. 이 중 4∼5점 정도가 실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거의 무한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추정가만 해도 네 자릿수 억대다. 작가가 자신의 죽음을 담은 유일한 그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략)… 지난 3년여 동안 세계 여러 나라와 유수한 고흐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놓고 진위 여부를 은밀하게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까지 동원한 러시아 국가내각위원회를 비롯, 모두가 “진품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고흐의 유작이 한국에 있을 리가 없다”며 믿지 않으려 했던 세계 미술계도 긍정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서 씨에게 천문학적 액수를 제시하며 ‘러브 콜’을 부르고 있다. 서 씨는 “구매 의사를 밝힌 데가 여러 군데다. 곧,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액은) 대략 2천억∼3천억 정도”라고 밝혔다. 서 씨는 마지막까지도 이 작품을 한국에 남기려 했다. …(중략)…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 구체적 반응을 보이는 곳이 없다.
서 씨는 “한때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했으나, 그 지역 의회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고흐는 이제 한국과 작별하려 한다. 인연의 땅을 찾아왔으나, 반기지 않아 서럽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소장자는 마지막 한 수를 택했다. 고흐의 혼이 깃든 유작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한국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손길을 내밀었다. 국내미술사에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든 ‘한 점 전시회’, 고흐 유작 한국 고별 특별전을 기획하게 됐다. …(중략)… 고흐 유작 한국 고별 특별전은 오는 20일부터 2011년 2월 13일까지 서울 ○○전시장에서 열린다. (2011년도 실제 기사 내용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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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자살하기 한 달 전인 1890년 6월에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Landscape with a Carriage and a Train)>이라는 그림 하나를 완성한다. 고흐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그렸다는 이 그림은 인간의 삶과는 무심한 듯 흐르는 세월을 보여준다. 그림 가운데 밭을 가로지르는 길이 놓여 있고, 그 위로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가 외로이 가고 있다(마차에 있는 것은 관이라고 한다). 말은 커다란 마차가 힘겨운지 고개를 늘어뜨린 채 걸어가고 있다. 마차는 시골의 이층집을 지나고, 밭의 언저리에서는 농부가 마차에는 눈길도 안 주고 농사일에 매진한다. 농부는 외로운 마차에 일말의 관심도 없는 듯 일에 몰두 중이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기차 역시 밭 사이에 놓인 길 위의 마차를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내달린다. 증기 기관차가 길게 객차들을 매달고 연기를 내뿜으며 마차와 정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이 그림은 현재 러시아 푸쉬킨 박물관(Pushkin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푸쉬킨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이 위작이고 한국에 그 진품이 있다고 주장하여 약 200억 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이 최근 언론을 통해 재조명되었다(진품임을 주장했던 자는 2016년 1월 현재도 수배 중이다). |
그런데 이렇게 진품임을 주장했던 당사자에 대한 법적 판단은 법원의 결정으로 일단락되겠지만 이와 별개로 이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Landscape with a Carriage and a Train)>이 진품이라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법적인 책임이 없을까?
기사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속았음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나 이 그림이 고흐의 진품으로 믿고 실제로 작품전에 갔던(입장료까지 내고!)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다. 허위 사실이 다분히 포함된 기사를 그게 허위임을 알면서도 작성한 기자가 법적인 판단을 받은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허위임을 모르면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명예훼손죄와 관련된 것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인 기사의 재료를 신문기자에게 제공한 당사자의 경우에는, 기사의 게재는 기사 재료를 제공한 자의 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기사 재료의 제공행위는 형법 제309조 제2항 소정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죄책에 해당한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도3535 판결 참조).
또한 내용 중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신문기사를 보도한 사안에서, 기사 작성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그 기사 내용을 기사 작성자(기자)가 진실하다고 믿었으며 그와 같이 믿은 데에 객관적인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기자가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도3191 판결). 이는 반대로 보면 기자가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이 정보원의 말만 믿고 기사를 썼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 허위 ‘광고’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인정한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하겠으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거래상의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과장, 허위광고의 한계를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994 판결).
이는 기사가 아닌 광고라는 점에서 이를 위 고흐 작품 관련 기사에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한편 우리가 인터넷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기사로 위장된 광고나 홍보’다. 이를 ‘기사광고’ 혹은 ‘기사체 광고’라고 하는데, 어떤 상품의 용도나 효능 따위를 기사처럼 써서 소개하는 광고를 지칭한다. 위 고흐 작품 관련 기사도 이러한 형태가 아니었을까 의심스럽다.
2016년 1월 초, 인터넷 포털 업체들의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하였다. 이 규정에서 제재를 받는 부정행위의 하나로 ‘기사로 위장된 광고, 홍보’를 포함시켰다. ‘기사로 위장된 광고, 홍보 전송’이란 기사 본래의 정보전달 목적이 아닌 기사로 포장된 광고, 홍보 목적이 분명한 기사를 전송하는 것을 의미하며, 통상 홍보회사, 광고회사에서 작성 또는 제공한 원 자료를 거의 그대로 기사 형식으로 만든 경우를 포함한다. 기사로 위장된 광고, 홍보 시 벌점 1점이 부과되는데, 기사로 위장한 광고나 홍보의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에 따라 벌점을 차등 부과한다는 설명은 없었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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