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변주곡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곡으로 평가받는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은 사실 바흐가 1742년에 「클라비어 어벙(Clavier-Übung)」(국내에서는 이를 ‘클라비어 연습곡집’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Clavier-Übung은 영어로 keyboard practice를 뜻한다)의 4부에 수록한 곡이었다. 이때 곡의 제목은 「2단의 손건반을 가진 클래브생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bestehend in Aria mit verschiedenen Veraenderungen vors Clavicimbal mit 2 Manualen)」라고 붙어 있었다.

곡 표지의 어디에도 골드베르크는 적혀있지 않다. 클라비어 어벙이 나온 이후 카이저링크(Keyserlingk)라는 이름의 백작이 기용했던 젊은 연주자 골드베르크의 이름에서 제목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한다. 바흐의 후원자이자,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인 카이저링크 백작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에 백작은 잠 못 이루는 밤에 자신의 하프시코드(harpsichord) 연주자인 골드베르크가 연주할 만한 ‘편안하고 경쾌한’ 곡을 주문했다. 이후 바흐가 만든 이 곡을 골드베르크가 연주하여 백작의 불면증이 점차 사라졌고, 이에 백작은 바흐에게는 황금 컵과 금화 등을 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곡을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피아노 관련 실제 특허 중 일부 도면
피아노 관련 실제 특허 중 일부 도면

곡 제목에 있는 클레브생(clavicimabal, clavecin)은 하프시코드(harpsichord)를 의미한다. 영어권에서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이고, 이탈리아어로는 쳄발로(cembalo), 프랑스에서는 클레브생(clavecin) 등으로 불린다. 1500~1700년대에 걸쳐 가장 번성한 건반 악기이며, 모양은 현재의 피아노와 상당히 유사한 피아노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아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것에 반해 하프시코드는 가죽으로 된 고리로 현을 튕기는 형식으로 발현(撥絃)악기이다.

피아노와 비슷하지만 하프시코드가 상대적으로 음색조절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프시코드의 맑고 깨끗한 소리로 인해서 작곡가들에게 인기 있던 독주 악기이다. 현대에는 하프시코드에 대한 관심이 복원되고 있으며 바로크음악과 특히 근대에 쓰여진 작품들 모두의 연주에서 이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흐는 여러 작품에서 협주곡의 원리를 하프시코드에 응용해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였다. 그의 아들들이나 초기의 하이든과 모차르트도 하프시코드를 사용하였는데, 하프시코드는 점차 피아노에 그 자리를 빼앗겨 갔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하프시코드의 독특한 매력이 재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악기도 발명으로 보고 특허를 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특허법은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먼저 자연법칙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법칙 그 자체는 발명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기술적 사상에서 사상(思想)은 아이디어(idea)이므로 그 아이디어를 통하여 창작하여 창작물이 나와야 하며 단순히 그 아이디어 자체는 발명의 대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고도(高度)한 것은 특허로, 그 이하는 실용신안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이다. 물론 이와 같이 이론적으로 분석이 쉬워보여도 실제로 구체적인 경우에 들어가면 어떠한 것이 위의 범주에 속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악기는 자연법칙 그 자체도 아니고, 실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 인정받는다면 특허 출원 및 등록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Clavier-Übung
Clavier-Übung

실제 우리나라 특허청 특허 검색 사이트(www.kipris.or.kr)를 통해서 악기 특허를 검색해보면 야마하(Yamaha) 등의 유수 악기 회사들이 피아노, 페달 기구를 갖는 건반 악기, 악음(樂音)장치, 현악기 등의 특허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특허를 소개해보면, 일반적으로 그랜드 피아노와 직립형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는 악기 본체의 상부 위치에 부착되어 자유롭게 개폐 가능한 상판이 장착되어 있다. 종래 건반악기는 이러한 개폐 가능한 상판에 의해서 음량만을 제어하도록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상판을 개방한 상태에서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를 연주하는 경우, 예컨대, 액션에 포함하는 해머의 이동 상태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면, 연주에 여흥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상판을 개방한 상태에서 음량 제어뿐만 아니라 연주에 관한 시각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직립형 건반악기를 제공하기 위한 특허를 위해서 직립형 건반악기는 개폐판, 즉, 케이스의 상부 위치에 부착되고, 하면 이 케이스 내부부재의 이미지를 반사하는 거울을 형성하는 계폐판과 소정 각도(예컨대, 15° 및 40°)로 개방되는 개폐판을 지지하는 덮개 지지 부재(lid prop)를 포함하여 덮개 지지 부재를 적절하게 회전함으로써, 개폐판의 거울면에 의해, 예컨대 엠블런과 액션 등의 케이스의 내부부재를 나타내는 이미지를 볼 수 있고, 음량 제어와 연주시 시각적인 여흥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 특허 명세서는 약간의 도면도 있지만 악기 모습 대부분을 글로만 설명하고 있기 조금은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향기가 나는 바이올린’이라는 것도 있다. 연주자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 현악기를 제공하기 위해서 진동공간을 갖는 현악기 몸체, 진동하는 현을 지지하는 테일피스(tailpiece), 연주자의 턱을 받치는 췬 레스트(chin rest)를 포함하는 현악기 전체 본체와 함께 본체 내측의 연주자 측인 상기 췬레스트 하부에 외관상 보이지 않도록 일체로 형성되는 수용부 및 내부에 선택적으로 분리 가능한 향수부재가 배치된다. 향수부재의 향기가 연주자측으로 발향되도록 외면에 향기홀이 형성되어 있으며, 일측에 상기 향수부재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교체가 용이하도록 결합되는 캡을 포함하여 이루어지되 상기 수용부에 선택적으로 착탈되도록 내삽되는 향수장치를 포함하여 이루어지는 현악기가 현재 등록되어 있다.

글 | 이재훈
문화 칼럼니스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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