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랑스 아비뇽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지방의 중심도시이다. 아비뇽은 1309년 교황청 소재지가 되었고 1791년 프랑스령에 합병될 때까지 교황령으로 존재했다. 아비뇽의 교황청은 현존하는 최대의 성채 가운데 하나이다.
오늘날의 아비뇽에는 활기찬 시장이 있으며, 포도주·밀가루·기름·가죽·비누·섬유 등 다양한 제품의 제조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곳은 매년 7월 각종 연극과 공연이 펼쳐지는 세계적인 예술 축제가 개최되는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호스텔 근처 마트에서 사온 빵과 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가 그대로 누웠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참 오랜만에 기분 좋게 졸음이 온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다 몸이 견디지 못해 잠이 드는 밤이 있을 뿐 늘 약간은 몽롱한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이렇게 졸린 것은 오랜 비행과 시차, 장시간의 운전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아비뇽의 공기와 바람 때문일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가 지어졌다.
창으로 돌아누워 커튼을 열었다. 아비뇽의 야경이 어른거린다. 내 두통의 진통제가 일상을 떠나는 것뿐임 알기에 이렇게 왔지만, 영원히 완치될 수 없음도 안다. 그래도 속상하거나 아프지 않다. 내 삶에서 두통이 사라지면 이젠 유일하게 남은 여행도 사라질 테니까…
어느 새 잠이 들었는지 서울에서 맞춰 둔 휴대폰 알람 소리에 깼다가 내 방이 아님을 알고 웃음이 나온다. 창밖으로 푸르스름한 새벽이 느껴졌다. 창문 틈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밖을 내다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어젯밤 아무렇게나 던져둔 카메라를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는 붉은 태양을 보고 있자니 잠든 세상이 눈을 뜨는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또 하루의 시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하루, 한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지만 우리는 대부분 무한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흘려보낸다. 하지만 여행의 시간만큼은 1초의 시간도 그냥 내지 않으려 애쓴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라도 여행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오늘의 아비뇽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날 기다릴까?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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