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 당시 사회상에 약간의 화려함을 부여하는 유일한 인상주의 화가였다. 특히<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Dance at Le moulin de la Galette)>(1876)은 의심할 여지 없이 르누아르의 1870년대 중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1877년 인상파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그림에는 르누아르의 친구들이 등장하며, 몽마르트에서 인기 있는 무도회의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금발의 홍조를 띤 여인들은 환하게 웃으며 남성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춤을 추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오른쪽 하단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한 무리의 인물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없이 안무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무지개처럼 빛나고, 캔버스 곳곳에는 행복한 기운이 감돈다. 혁신적인 스타일과 르누아르의 예술적 야망을 보여주는 당당한 포맷으로 대중적인 파리 생활을 묘사한 이 작품은 초기 인상주의의 걸작 중 하나이다. 마치 그림에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 음악 소리 등이 실제로 들려오는 것만 같다.
특히, ‘물랭 드 라 갈레트’는 요즘으로 따지면 클럽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도회장이었다. 당시 젊은 층에 인기를 끌던 유행의 장소인 것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유흥의 모습을 일반적으로 역사화를 그리는 큰 그림 크기(131cm×175cm)로 그렸다는 것은 기존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었다.
아돌프 멘젤(Adolph Menzel, 1815~1905)은 19세기의 가장 유명한 독일 화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화가이다. 멘젤은 1860년대 이후 베를린 도시 궁전(Berlin Stadtschloß)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면서 그가 느낀 인상을 그림으로 기록하였다. 이러한 그림 중에서 가장 복잡한 구성이 바로 특히 <무도회의 저녁식사(The Dinner at the Ball)>(1878)이다.
화려함과 혼돈, 관습과 형식 없는 것의 대칭을 잘 나타내는 멘젤은 무도회에서 보이는 혼돈을 잘 묘사했다. 거의 여성으로만 채워져 있는 그림의 오른쪽과 그 반면 남자들로 붐비는 왼쪽 절반 모두 사회적 어색함으로 가득하다. 무도회 참석자들은 사회진출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대화를 이어가며 혼돈 속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수십여 명이 서로 어지럽게 있으며 접시 위의 포크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감염병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 적도 있으나, 현대사회에서도 세계화, 인구 이동의 급증, 인간 행태의 변화, 기후변화 등으로 갈수록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필요와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어떤 시대를 들여다보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감염병관리의 중요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나 <무도회의 저녁식사>같은 군중들이 밀집해 모여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예전에는 저렇게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밀집해서 모여 있을 수 있었지’라고 과거를 회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염병예방법은 1954년에 제정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개정을 통해 2000년에 개정·공포된 ‘전염병예방법’은 75개의 법정전염병을 격리, 예방접종, 감시, 해외유입과 같은 방역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그 후 2003년 사스의 유행을 겪은 후 국가적 차원의 질병연구 및 관리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한다.
그리고 최근 언론을 통해 자주 듣게 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09년에 전염병예방법이 전면 개정되며 탄생한 것으로 법률의 역사가 길지는 않다. 과거 전염병예방법에서의 전염병이라는 용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질환만을 의미하였다. 이에 전염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실제 질병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용어를 감염병으로 명확하게 변경하게 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민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그 예방 및 관리를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집회나 그 밖의 다수인의 집합에 대한 제한 또는 금지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예방상 필요가 있을 경우 집회나 그 밖의 다수인의 집합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명령이나 처분을 시행하는데(제49조제1항제2호), 집회 등을 하려는 사람은 해당 명령 또는 처분을 따라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5월 8일부터 클럽 등의 유흥 시설에 한 달간 감염병 예방상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수인의 집합을 제한하는 명령을 내린 상태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감염병예방법 제49조제1항제2호에 의해 발령한 이번 행정명령은 지역사회 추가 확산 위험성과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방역 지침 준수 명령이라 할 수 있다.
전국 유흥시설(클럽 등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이 적용 대상이며, 제한은 1개월간이다. 클럽 등 유흥시설에 대하여 운영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고, 불가피한 운영 시에는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명령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영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자제 권고에 따라 운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유흥시설을 운영하려면 실내에서 이용자와 종사자 전원 마스크를 써야 하며 출입자 명단을 작성할 때 이름과 전화번호에 신분증까지 확인하도록 하는 준수 지침을 제시한 상태이다. 준수해야 할 방역지침으로는 ▲ 유증상 종사자 즉시 퇴근(체온 1일 2회 점검해 대장 작성) ▲ 외부에서 줄 서는 경우 1~2m 거리 유지 ▲ 출입구에서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확인 및 2주 내 해외여행력 있는 사람·고위험군 출입 금지 ▲ 종사자·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및 미착용 시 입장 금지 ▲ 출입구 및 시설 내 손소독제 비치 ▲ 시설 내 이용자간 1~2m 거리 유지 ▲ 최소 일 2회 이상 소독·환기 실시 ▲ 방역관리자 지정 및 출입자 명단 작성·관리 등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명령에 따른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지속 실시할 예정이다. 위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고 운영하는 시설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제7호). 또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집합 제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집합 금지 명령을 실시할 수도 있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