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매틱 하모니카와 다이어토닉 하모니카
크로매틱 하모니카와 다이어토닉 하모니카

하모니카(harmonica)는 다른 악기에 비해 비교적 소리 내기가 쉽고 휴대가 간편하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타 악기에 비해 저렴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에 하모니카는 안 불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초등학교 등에서 널리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하모니카의 종류는 그 크기와 역할, 기능에 따라 100여 가지의 종류가 있으나 크게 트레몰로 하모니카(tremolo harmonica), 다이아토닉 하모니카(diatonic harmonica), 크로매틱 하모니카(chromatic harmonica),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트레몰로 하모니카
트레몰로 하모니카

트레몰로 하모니카는 떨림판인 리드가 2개가 있어 복음 하모니카라고도 불리며 울림이 크고 부드러운 음색을 주로 낸다. 한 음의 리드를 두 개씩 사용하여 두 개의 리드가 동시에 울리면서 하나의 소리를 낸다. 이때 두 리드는 정확한 음정을 중심으로하나는 약간 높게, 하나는 약간 낮게 조율되어 있다. 트레몰로(tremolo)란 음이나 화음을 빨리 규칙적으로 떨리듯이 연주하는 주법이다. 트레몰로 하모니카는 서로 다르게 조율된 두 개의 리드가 동시에 울리면서 트레몰로 효과를 낸다. 아시아권에서 크게 유행하는 하모니카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접하는 하모니카가 바로 트레몰로 하모니카다.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는 말 그대로 온음계를 연주하는 하모니카이므로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보통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라고 하면 트레몰로 하모니카가 개발되기 이전에 한 조성의 온음 음계 배열을 가진 단음 하모니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포크나 컨트리, 블루스 음악에서 쓰이며, 기타리스트들이 노래를 부르며 벤딩이나 트릴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한다.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반음계가 가능한 하모니카다. 다이아토닉 하모니카와는 달리 반음 차이로 조율된 두 개의 리드 플레이트를 사용한다. 악기 측면에 슬라이드 버튼이 있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두 리드 플레이트를 교차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C키로 조율된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경우, 슬라이드를 사용하지않으면 피아노 흰건반의 음을 내다가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면 피아노의 검은건반의 음을 낸다. 따라서 다른 하모니카들은 반음계를 하려면 다른 조로 배열된 하모니카를 사용해야 하지만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악기 하나로 반음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발명은 1924년에야 이루어졌다.


역사적으로 하모니카는 기원전 2500년경 중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형태의 하모니카는 1822년 독일의 악기 제작자인 크리스티안 부슈만(Christian Buschman, 1805~1864)이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 하모니카는 내쉬는 음만 연주가 가능하였고 들이마시는 음은 불가능했다. 이후 리히터(Joseph Richter)는 1825년 즈음 들이마시는 음으로도 연주가 가능한 현대적 하모니카를 만들었고 1829년에는 하모니카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다. 시계 제작자들이 남는 시간에 수제로 조금씩 만들던 하모니카가 인기를 끌면서 독일의 마티아스 호너(Matthias Hohner, 1833~1903)는 그의 이름을 따서 1857년 하모니카 회사를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서의 하모니카 판매를 거의 독점하게 되었다.


하모니카를 부는 사람들은 하모니카를 전문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대부분은 취미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지역문화센터 등에서는 과거 1970~1980년대 하모니카에 익숙한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하모니카 강좌를 여는 경우가 있기도 하나, 이제는 사실 오카리나(ocarina)(도자기로 만든 악기로, 튀어나온 취구로 공기를 불어넣어, 열두 개의 소리 구멍으로 연주) 강좌보다도 더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국내 법령에서도 하모니카에 관한 언급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른 「안전확인대상 어린이 제품의 안전기준」에 ‘완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하모니카에 관한 사항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완구란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놀이에 사용할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 등을 뜻한다. 어린이는 평균적인 성인과 같은 조심성을 가지지 않음을 유념하라는 취지의 안전기준으로 우리나라 법령 체계에서도 하모니카는 이러한 완구의 일종으로 보고 있을 따름이다.

① 하모니카 등과 같이 입으로 작동되는 완구는 다음의 요건에 적합하여야 한다.
② 하모니의 부속물이 하모니카 내 실린더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③ 3초 이내에 300cm3를 초과하는 공기를 빼고 넣을 수 있는 펌프를 하모니카 입에 대는 부분에 연결하고 하모니카에 교대로 공기를 내뿜고 빨아들이는 동작을 10번 반복하고 각 5초 내에 이를 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작은 부품도 떨어져 나와서는 안 된다.


위 요구사항은 아동들이 물고 노는 완구 또는 완구의 마우스피스가 무심코 흡입되어 질식시키는 것을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런 종류의 완구와 완구의 마우스피스(예를 들면 트럼펫의 마우스피스)는 이용하는 사람에게 흡입되어 질식시킬 수 없을정도로 커야 한다. 하모니카나 호각과 같은 입으로 부는 완구를 사용할 때 작은 부품이 빠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규정된 양의 공기를 완구 속으로 불어넣거나 빨아들이는 시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고, 이 요구사항은 완구를 사용하는 어린이의 연령에 관계없이 적용한다. 법령상으로는 하모니카를 아이들의 완구 수준으로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는 규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 |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 변호사,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주)파운트투자자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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