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재즈는 자유다. 재즈는 즉흥연주, 흑인들의 몸을 통해 느껴지고 표현하고 말하고 싶은 걸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프리카 시나위다. 자유로운 만큼 자기 절제가 필요하고, 자유로우면서 파격적이지 않은 자기만의 기교가 필요하다.

재즈는 단순히 음악의 한 장르라기보다 20세기 흑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찾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그 기원을 아프리카에서 찾는 만큼 재즈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사랑은 특별하고 각별하다. 남아공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이틀 동안 케이프타운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아프리카 인터내셔널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전 세계에서 온 최고의 재즈 연주가들과 재즈 가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축제다.

 

워낙 재즈를 좋아해 그런 공연을 자주 찾는 편인데 이 재즈 페스티벌에선 내 생애 최고의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 77세 최고령 연주자부터 28세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까지. 재즈페스티벌 입장료는 사실 일반 흑인들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아마 공연장을 가득 메운 재즈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한 푼 두 푼 오늘의 공연을 보기 위해 1년을 모아서 왔으리라.

공연 무대가 다섯 군데 정도로 나누어져 있어서 연주를 듣다 중간에 다른 공연장으로 걸어가던 중 관중 바깥쪽에 자신의 짐을 베고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무대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열정과 혼신을 다해 연주와 노래를 하는 연주가와 가수. 그들의 살아 있는 소리를 만나기 위해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들어온 허름한 행색의 노파. 그 노파의 눈물.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서 애써 어떤 행동을 보이지 않고 그저 뒤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느끼고,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감동을 주고 눈물 나게 하는 것. 아프리카인들은 음악을 통해 그들의 희망 언어들을 쏟아 내고 오래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마신다.

 

음악을 즐기고 음악과 함께 춤을 추어라. 비록 음악의 폭식으로 음악에 대한 욕망으로 구역질이 나고 병이 나서 그렇게 죽을지라도 나는 음악을 마시겠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글 | 고영희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아프리카 문화 예술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KBS 라디오 통신원, 예술가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빈민촌 아이들을 돕는 레인보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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