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아프리카
[아츠앤컬쳐]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명산 테이블 마운틴을 가다 보면 오른쪽 ‘라이언 헤드’와 ‘시그널 힐’의 산자락 아래에 눈에 들어오는 마을이 있다. ‘보캅’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하이 케이프(high cape) 혹은 어퍼 케이프(upper cape)라는 뜻의 아프리칸스 어로 언덕 위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보캅 지역은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컬러드로 분류됐던 곳으로 인도, 자바,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주해 온 케이프 말레이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 지역은 백인정권 때 노예 부역으로 끌려온 노예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망명자들도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인, 네덜란드인 등등 유럽에서 이주해온 백인들과 결혼해서 혼혈을 낳고 컬러드로 분류돼 슬프고도 아픈 시간들을 보낸다.
1834년 영국이 노예무역을 금지한 이후에 케이프 말레이 커뮤니티가 생기고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이 지역엔 이슬람 사원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키 작은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지만 하나도 같은 색을 칠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옆집과 같은 색을 칠할 수 없게 규제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같은 색을 가진 집이 없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색이 가득한 곳. 마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마을을 꾸미기 위해 칠한 색들이 아니란 걸 안 후부터는 화려한 색들에서 묻어나는 그들의 슬픈 역사가 보여 가슴이 아팠던 곳이기도 하다. 억압은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분출을 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시인은 시를 쓰고, 가수는 노래를 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암울한 시대에는 판화가 많이 그려진다고 한다. 보캅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진 억압을 색으로 분출했다. 그들 집에 칠해진 색이 그러하고 쿤 카니발 역시 같은 맥락은 축제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코사나 줄루 흑인들과는 다르게 수줍음을 많이 탄다. 그 수줍음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 보캅 지역은 70% 이상이 무슬림이고 그들의 사원이 그곳에 있어 종교적인 행사도 그 지역에서 하고 있다.
인도의 조드푸르 역사 푸른 빛깔은 계급의 최고층이던 브라만의 집을 의미한다. 보캅 지역의 집들이 칠해진 형형색색의 색들은 어떤 걸 의미할까… 그들의 담벼락을 지붕을 창문을 덮은 색들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애환과 행복을 고스란히 품어주고 있다. 그들의 아픈 역사까지도…
글 | 고영희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아프리카 문화 예술 교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KBS 라디오 통신원, 예술가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빈민촌 아이들을 돕는 레인보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 : 블랙러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