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éo et Juliette, Sasha Waltz ,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Opéra Bastille)

Aurélie Dupont - Hervé Moreau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Aurélie Dupont - Hervé Moreau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아츠앤컬쳐] ‘프랑스 국립 오페라 발레단(Le Ballet de l’Opéra national de Paris)’의 기원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의 명문 메디치 가문출신인 ‘카트린느 드 메디치’가 프랑스의 앙리 2세와의 혼인으로 프랑스의 여왕이 된 후 그녀는 적극적으로 이탈리아의 문화를 프랑스에 도입하였다. 이렇게 들여온 이탈리아의 발레는 프랑스 고전무용의 모태가 되었고, 이후 루이 14세가 이를 계승하여 1661년에 왕립무용아카데미를 설립하였다.

참고로 왕립음악아카데미는 1669년에 설립되었다. 그리고 1773년에 수준 높은 무용단원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에꼴 드 당스(Ecole de Danse)’로 새로이 거듭났다. 이후 35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국립오페라의 발레단은 154명의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평균 연령은 25세이다. 이들은 무용 총감독인 브리짓 르페브르(Brigitte Lefèvre)의 지휘하에 프랑스 고전무용의 전통과 세계적인 명성을 지키고 있다.

Aurélie Dupont - Hervé Moreau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Aurélie Dupont - Hervé Moreau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에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
다. 하지만 그 기원은 무려 기원전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시대에 ‘오비드(Ovide)’가 바빌론의 전설적인 비극적인 사랑을 휴머니즘 문학으로 남겼다. 그리고 16세기 말에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버젼으로 이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후 17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작곡가, 화가, 조각가, 안무가, 영화인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인들이 장르를 초월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에 발레의 붐과 더불어 ‘모리스 베아르’가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를 안무하였다.

그리고 2007년에 독일인 안무가인 사샤 왈츠(Sasha Waltz)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바탕으로 파리 국립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특히 사샤 왈츠의 작품은 발레라는 장르의 틀을 벗어나 무용, 음악 그리고 성악을 하나의 종합예술로 아방가르드적인 정신을 피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작업 방식 또한 지극히 탈보수적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레리나들은 사샤 왈츠의 극단이 있는 베를린에서 체류하며 함께 고민하면서 안무를 고안했다.

Aurélie Dupont - Hervé Moreau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Aurélie Dupont - Hervé Moreau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 나는 즉흥적으로 표현 된 동작들을 이번 안무에 적극 반영하였다. 내가 안무가로
서 발레리나에게 모든 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발레리나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신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를 통하여 표현되는 에너지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영감을 받고, 각자의 특성과 컬러를 잡아내어 이를 토대로 작업하였다. 물론 그들이 표현한 동작 중의 일부는 전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안무에 반영하였다. »

사샤 왈츠의 발레극을 보는 동안 필자는 피나 바우쉬를 떠올렸다. 피나 바우쉬의 오페라 발레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보는 내내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동작과 어우러지는 오페라 곡의 신비로운 조화, 그리고 과감히 절제된 무대 연출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사샤 왈츠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면서, 베를리오즈의 클래식 음악과 함께 부분적으로 오페라 곡을 삽입하였다. 발레와 오페라의 또 한번의 만남이다. 또한, 과감한 삭제를 통하여 미니멀하게 표현된 무대는 컨템포러리 아트 자체였다. 마치 시공을 초월하여 21세기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막의 구분없이 100분 동안 긴장감있게 전개되었다. 안무가는 이번 연출을 위하여 ‘낭만주의’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스토리를 구구절절이 보여주는 것을 배제하고, 극을 추상적으로 재구성하여 감정표현에 초점을 맞추었다.

« 내 눈에 비친 낭만주의의 매력이라면, 그 안에 담겨진 어둡고 비극적인 면이다.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강한 에너지와 암시적으로 표현되는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요소에 흥미가 있다. 반면 혹자는 낭만주의를 깊이 없이 너무 일차원적으로 해석하거나, 파스텔톤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철저히 경계하는 바이다. »

이번 공연의 포스터에는 로미오가 길게 위로 팔을 뻗치고 있고, 그 위로 줄리엣이 직사각형 형태의 거대한 흰색 보드 위에 서서 로미오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하는 중간에 보드의 경계선이 걸린다. 마치 거대한 석고 보드를 연상시키는 이 무대는 양쪽 옆면에 선을 연결하여 바닥에 있던 것을 공중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 보드가 바로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발코니인 것이다. 너무나 현대적으로 심플하게 표현된 이 줄리엣의 미니멀한 발코니가 연인의 비극적 한계 은유하였다.

파리 국립오페라 발레단의 에뜨왈 발레리나인 두 주인공들 - 줄리엣역의 오렐리 듀퐁(Aurélie Dupont)과 로미오역의 에르베 모로(Hervé Moreau) - 의 환상적인 호흡과 애틋한 사랑의 비극적 결말은 막이 내린 후에도 그 여운이 깊게 자리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 파리예술경영대 EAC 출강
EAC 예술경영학 학·석 사 졸업, 소르본느대 Sorbonne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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