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벽원갤러리에서 라창수의 ‘심연 속으로(Into Abyss)’ 조각전시가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Under the Water(Big Blue, 철, 레진, 우레탄155x157x285cm,2019)’ 작품이 커다란 스파이롤 형태로 로비 한가운데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작가는 환봉을 용접한 후 거꾸로 매달아 레진을 반죽해서 붙여 휩쓸리는 파도와 해조류의 모습을 흰색과 파란 바다색으로 만들었다. “물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서로 충돌하고 휩쓸리면서 결국엔 조화로움을 이룬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왼쪽 전시실은 ‘심연속으로’라는 타이틀에 적합한 11점의 원색적이고 화려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심오한 사유와 스토리로 뒤틀린 듯한 여성의 핑크빛 육체로 표현된 ‘Under Water(Pink, 레진, 우레탄, 76x75x226cm, 2019)’와 무도회 가면을 쓴 여성의 얼굴을 한 해초의 여신 ’Under Water-Red People(철, 레진, 우레탄 43x43x54cm)’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단단한 곳에 뿌리를 두고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며 사는 해조류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나타낸 작품들로 원색에 가까운 색채로 압도하며 집중시킨다.
오른쪽 전시실에는 ‘까치수염(Lysimachia barystachys)’을 모티브로 추상적인 12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의 경기도 안성 작업실에는 저지대의 습한 풀밭으로 높이 50~100cm의 식물들이 땅속 뿌리가 뻗어나가 잔털 같은 풀이 많다고 한다. 그 연관성인지 육지의 까치수염 풀에서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끝없이 성장해가는 움직임을 묘사한 작품들로 조화로움과 평온함을 선사한다.
나의 심성은 중용철학에 가깝다. 중용이란 두 극단의 대립에서 서로가 가지는 가능한 것들에 뛰어들어 자기의 것으로 체계화시켜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양쪽 전시실이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중용과 조화를 지향하는 작가의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생각한다는 정신적인 영역과 존재한다는 물질적인 영역에서의 정신과 물질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말한다. 중국의 주자는 음양으로서 세상을 설명하면서 음양의 조화로서 세상은 존재하며, 노자는 유무상생을 이야기하며 ‘유’는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무’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피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와 ‘무’는 떨어질 수 없는 하나로 서로 상생하며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라며 작가는 대 철학자의 말들을 인용하며 본인 작품을 해석한다. 이번 전시의 화려한 컬러, 압도적인 움직임으로 에너지 넘쳐나는 작품을 접하며 작가가 의도한 내면의 삶의 모습과 중용과 조화, 균형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