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6월 3일,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해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베르디 오페라 <I Vespri Siciliani>를 관람했다.

1855년에 초연된 베르디의 <시칠리아인의 저녁기도>를 들어보니 16년 후인 1871에 발표된 <아이다>에 나오는 선율과 분위기가 약간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다. <I Vespri Siciliani>는 휴식시간(30분) 포함 장장 20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당히 인내심이 요구되는 오페라다.

내용을 보면, 프랑스에 점령당한 시칠리아인들은 프랑스에 대한 항거 계획을 세우는데,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는 헤어진 여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아리고임을 알아채고 그를 불러 자신이 친아버지임을 밝힌다. 조국애와 부정을 그리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리고의 고뇌를 무시한 채 몽포르테는 엘레나와 아리고의 결혼을 선포하며 화합을 꾀하지만 시칠리아인들은 결혼식을 기회 삼아 연회에 모인 프랑스인들을 죽이기로 계획을 세운다. 마침내 결혼식 종소리를 신호로 시칠리아인들은 프랑스인들을 습격해서 결혼식장은 피로 물드는 참사가 벌어진다.

베이스 김대영이 부르는 아리아 ‘O Patria… O tu Palermo’와 소프라노 김성은이 부르는 아리아 ‘Mercè dilette amiche’는 평소 많이 듣게 되는 익숙한 노래이지만, 나머지는 거의 처음 듣는 음악이라서 생소했는데 앞으로 국내에서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관람을 했다.

전체 출연진(국윤종, 한명원 등)들의 노래나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연주도 좋았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지 않아 보이는 단순하고 모던한 무대에다가 합창에서 약간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했다. 하지만, 연출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들을 언급하자면, 전체 조명이 너무 단순했고 마지막 프랑스인들이 죽는 장면에서 전혀 임팩트가 없이 싱겁게 마무리되는 장면에 아쉬움이 남았다.

7시 30분에 시작한 오페라는 10시 45분에 끝나서 서둘러 오페라극장을 빠져나왔다.

 

전동수 발행인
전동수 발행인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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