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 프란치제나를 걷는 김혜지 작가
비아 프란치제나를 걷는 김혜지 작가

 

[아츠앤컬쳐] 지난 7월 2일 베네치아에서 만난 김혜지 작가(Hye Ji Kim)가 한국에서 이탈리아 순례길에 대한 책이 곧 출간된다고 하기에 무척 궁금했었는데 책구름 출판사에서 <로마로 가는 길> 책을 보내왔다.

몇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에 관한 책이라서 관심이 있었기에 책을 받고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 순례길 중 토스카나주의 아름다운 도시 루카(푸치니의 고향)에서 로마까지 400km를 20박 21일간 걸었던 얘기를 담고 있다.

현재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김혜지 작가는 여행업을 하는 남편 이상호 가이드와 ‘이태리부부’라는 아이디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20일간 걸었던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 동영상도 유튜브에 있어서 관심있게 감상했다.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는 영국 캔터베리(Canterbury)를 시작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바티칸까지, 약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성지 순례길이다. 10세기 말 시제리코(Sigerico) 대주교가 교황으로부터 팔리움(Palium, 가톨릭 대주교에게 수여하는 복장, 견대)을 받기 위해 로마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정을 기록한 것이 기원이다.

기록에 남아있는 비아 프란치제나 여정은 79개 코스로, 약 650개의 소도시와 마을이 1천 년 역사를 가진 순례길로 재해석되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이탈리아 구간은 발레 다오스타(Valle d'Aosta), 피에몬테(Piemonte), 롬바르디아(Lombardia),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 리구리아(Liguria), 토스카나(Toscana), 라치오(Lazio) 등 7개 주와 140개 지방 자치단체를 가로지르는 총 45개 코스 로 구성되어 있다.

로마에서 비아 프란치제나 남쪽(Via Francigena del Sud) 루트를 따라 남부 풀리아(Puglia) 주의 브린디시 항구를 통해 예루살렘까지 갈 수도 있고, 반대로 북쪽 루니(Luni)에서 프랑스 또는 몽세니(Mont Cenis)에서 비아 톨로사나(Via Tolosana)를 따라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기도 한다.

비아 프란치제나는 순례길일 뿐만 아니라 철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상업의 길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비아 프란치제나에는 수많은 교구와 종교단체들이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Ospitalita, 오스피탈리타)를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비아 프란치제나가 있다. 언젠가 나도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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