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21년 12월 9일, 자그레브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마을 빈코베츠(Vinkovec)에서 머무는 동안 크로아티아에서 흔하지 않은 포도 품종 실바나스 젤레니(Silvanac Zeleni)를 재배하는 포도밭을 서승호 셰프, 윤보용 ACC 대표와 함께 방문했다. 포도밭 주인 베르나르도(Bernard Druzinec)로부터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가 직접 생산하는 화이트와인을 시음했다.
실바나스 젤레니는 중부유럽이 원산지로 알자스(Alsace)와 독일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이트와인 포도이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품종 중 하나이다. 정식 명칭은 Grüner Silvaner라고 한다. 실바나스 젤레니로 만든 화이트와인은 과일 향이 나는 밝은 연두색 와인으로 무게감이 있고 풍미가 있었다. 지금도 상큼한 향과 맛을 잊지 못한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이 와인을 맛보고 매우 인상 깊어서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니 주인 베르나르도가 우리에게 6병을 선물하여 빈코베츠에 머무는 동안 매일 한 잔씩 즐기며 지냈다.
크로아티아를 떠나면서도 베르나르도의 수제 화이트와인 맛을 잊을 수 없어 3리터짜리 플라스틱 통 2개에 와인을 담아서 한국으로 가져왔는데… 이 와인때문에 자그레브 공항에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1인당 수하물이 25Kg까지 허용되는데 함께 여행했던 윤보용 대표와 내가 한도 초과가 난 것이다. 둘이 합하여 약 8Kg에 대한 초과비용 600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깝지만 와인을 두고 와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윤 대표가 민첩하게 공항을 뒤져서 기내로 반입이 가능한 가방 2개를 사왔다. 당시에 급하게 짐을 다시 꾸려 600달러를 면제받고 비행기에 겨우 탑승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아찔하고 생생하다.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운 크로아티아 화이트와인은 한번 맛을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마셔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균형감 있고 퀄리티가 좋은 아주 매력적인 와인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