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10월, 피렌체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아츠앤컬쳐 피렌체 특파원 아비오(Avio Mattiozzi)가 피렌체에 영국 묘지(English Cemetery)가 있다면서 설명을 해줬는데 그 배경이 궁금해서 귀국 후 자료를 찾아보다가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2004년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미국 소설가 데이비드 리비트(David Leavitt, 1961~ )의 ‘아주 미묘한 유혹(Florence, A Delicate Case)’을 보면 19세기에 피렌체 인구 20만 명 중에 무려 3만 명이 영국인이었다고 한다. 영국계 피렌체 사람으로 불리는 이들 중에는 소설가, 시인 등 작가들이 많았고 다들 예술 활동을 위해 피렌체에 왔다가 아예 눌러 앉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묘지가 생길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피렌체는 동성애자들의 도피처가 되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동성애는 사형에 처해질 정도의 중죄였다. 중세 이후에도 동성애자는 엄한 처벌을 받았으며 네덜란드는 1803년, 영국은 1835년까지 사형에 처해졌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였던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 1952년 당시 영국에서 불법으로 취급되던 동성애 혐의로 체포되어 화학적 거세형을 받았고, 2년 후인 1954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당시 매우 보수적인 영국사회가 동성애자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삶을 찾아 피렌체로 이주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피렌체가 동성애자들이 찾는 도시로 인기가 있었다는 글을 읽으며 피렌체의 또 다른 면을 보았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차이코프스키는 1890년 아르노강이 보이는 호텔 룸에서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을 작곡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죽음 역시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1872년에 <플란더스의 개>를 쓴 영국소설가 위다(Ouida, 본명:Marie Louise de la Ramee) 역시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고, 1874년 이탈리아 피렌체로 이주해 살았다. 말년에는 빈곤과 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폐렴으로 1908년 이탈리아 해변도시 비아레조에서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옛날에 피렌체에 살면서 수많은 영국 작가들이 피렌체를 배경으로 다양한 작품을 썼다고 하니 그들이 얼마나 피렌체를 사랑하고 동경했는지 이해가 간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