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4월 22일,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가 심영철의 초대 개인전(3.31~4.29)에 들렸다. 1층부터 4층까지 꽃비, 흙, 물, 하늘을 주제로 전시된 설치 작품을 보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과 환경은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는 작가의 얘기가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이번 초대전에서 작가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피어나는 ‘벚꽃’을 주요 테마로 삼아 대규모 신작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설치 작품들은 복합 채널의 다차원적 조형 작업이자 인터렉티브 아트로서 오랫동안 듀얼 리얼리티(Dual Reality)를 추구해온 작가의 예술관과 맥락을 같이한다.
1층의 꽃비 정원(Flower-Rain Garden)은 천장에는 자개로 만든 벚꽃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벚꽃 형상의 거대한 거울 방이 자리하여 무한대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현대인에게 에덴동산은 ‘실낙원’이 아니라 이 땅에 구현해야 할 영원한 낙원을 의미한다.
2층의 흙의 정원(Soil Garden)은 ‘멀티플 스테인리스 스틸 볼’이 드리운 그림자로 한국의 산하를 표현한 작품 〈그림자 산수(Shadow Sansu)〉가 벽면을 가득 채웠고 전시장 중앙에는 벚꽃이 새겨진 고려청자 형상의 조각 몸체로부터 신비로운 빛이 산란하는 작품 <Ceramics of Light>가 자리했다.
3층 물의 정원(Water Garden)의 생명수를 상징하는 검은색 물이 채워진 커다란 수조 안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3개의 꽃이 마치 연꽃처럼 피어 있다. 수면에 반영된 꽃 이미지로 인해 물의 정원은 실재와 허상을 서로 만나게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4층에서 만난 하늘 정원(Sky Garden)은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판들로 만들어진 연인이 가느다란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서로 입맞춤을 한다. 신화, 설화 혹은 현실 속 인간의 사랑은 욕망과 배신, 환희와 비애가 오가는 가슴 먹먹한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심영철 작가는 하늘 정원에서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을 떠났다가 하나님과 화해하는 사랑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을
맡고 있고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