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체코는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 모두 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서쪽 독일과 남쪽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선이 전체 국경선의 1/2이상이 된다. 따라서 지정학적으로 보면 옛날 체코는 독일어권 국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체코는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았다. 이러한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 뒤에는 아주 복잡한 역사가 얽혀 있다. 프라하는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했으니 교역의 중심지이기도 했지만 크고 작은 전쟁에 휘말려 여러 번 외세의 점령을 당했다. 그럼에도 프라하는 아름다움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 지금은 전 세계로부터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프라하를 점령하고 있다.
프라하가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은 프라하에 아름다운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많다는 뜻이다. 즉 프라하에서는 아름다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나중에 등장하는 아르누보 양식의 오베쯔니 둠(Obecní dům), 즉 ‘시민회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건물은 공공을 위한 연주회, 전시회 등이 열리는 일종의 문화의 전당이다.
시민회관의 입구 정면을 보면 화려한 발코니와 아치 아랫부분 반원형 벽면에 장식된 화가 카렐 슈펠라르의 모자이크 그림 <프라하에 바치는 경의>가 눈길을 끈다. 또 시민회관 1층과 지하층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레스토랑과 카페 등도 눈길을 끈다. 시민회관 내부에는 홀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크고 또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홀은 1,200석짜리의 스메타나 홀이다. 스메타나(B. Smetana 1824~1884)라면 체코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체코의 민족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체코의 역사와 전설, 또 체코의 여러 지역을 소재로 한 음악을 작곡하는데 혼신을 기울였던, 이른바 체코 국민음악파의 선구자였다. 바로 이 홀에서 매년 스메타나가 서거한 날인 5월 12일 전야에 체코 대통령을 비롯한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제’의 막이 오르는데 개막곡은 항상 스메타나의 연작교향시 <나의 조국>이다. 이 음악제는 약 3주간 동안 프라하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마지막 날은 다시 스메타나 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으로 막을 내린다.
한편 프라하의 대표적인 음악의 전당을 몇 개 손꼽는다면 루돌피눔, 오페라극장, 국립극장, 시민회관 등인데 그 중에서 루돌피눔과 오페라극장은 당시 체코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가 독일음악과 독일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해 세운 것이고 국립극장은 체코의 오페라와 발레 및 연극 공연을 위해 프라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세운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세워진 이 세 개의 극장은 건축양식으로 보면 고딕이나 르네상스 양식 등 모두 흘러간 옛 시대의 양식을 다시 차용하고 절충한 복고풍이다. 그리고 이를 설계한 건축가들은 모두 독일계였다.
반면에 시민회관은 이전 건축양식과는 아주 다른 아르누보 양식으로 세워졌다. 아르누보(Art nouveau)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예술’이란 뜻이다. 아르누보는 역사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자연형태에서 모티프를 빌려 새로운 표현을 얻고자 했다. 이 양식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 여러나라에서 널리 퍼졌다.
이러한 아르누보 양식의 시민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오스발트 폴리프카(Osvald Polívka)는 체코 사람이었다. 또 시민회관의 외부와 내부를 장식한 아르누보 예술가들도 유명한 알폰스 무하(Alfons Mucha)를 비롯한 당시 최고의 체코 예술가들이었다.
이를테면 시민회관은 오스트리아 지배하에 세워진 ‘체코인의, 체코인에 의한, 체코인을 위한 문화의 전당’이자 체코 아르누보 양식 건축과 예술의 종합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민회관이 완공된 것은 1912년. 그러니까 1918년에 체코가 슬로바키아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나라로 독립하기 6년 전의 일이었다.
글·사진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분야에서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국내에서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도시기행>, <동유럽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외에도 여러 권 있다. culturebox@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