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강과 쾰른 대성당
라인 강과 쾰른 대성당

 

[아츠앤컬쳐] 라인 강변에 위치한 쾰른은 로마제국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라인강은 로마제국의 국경선이자 문명세계와 야만세계의 경계선이기도 했다. 쾰른의 기원은 기원전 38년 로마군이 세운 군단기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도시는 네로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원후 1세기 초 로마제국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의붓아들이자 뛰어난 장군이었던 게르마니쿠스는 이곳에 주둔하면서 강 건너편의 야만족인 게르만족과 대치했는데, 그의 딸 아그리피나는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그녀는 나중에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황후가 되어 서기 50년에 이곳을 식민도시로 격상하도록 했다. 이리하여 이곳은 아그리피나의 식민도시라는 뜻으로 콜로니아 아그리피넨시스(Colonia Agrippinensis)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쾰른이란 지명은 바로 콜로니아에서 유래한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이곳을 콜로뉴(Cologne)라고 하고 영어에서는 이 표기를 따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쾰른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 손꼽힌다.

쾰른 대성당은 고도(古都) 쾰른의 심장중의 심장이며 쾰른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독일어로 이 대성당을 쾰르너 돔(Kölner Dom 쾰른 대성당)이라고 한다. 독일어 돔(Dom)은 라틴어로 '집'을 뜻하는 도무스(domus)에서 어미 -us를 뺀 형태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를 두오모(Duomo)라고 한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집'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틴어로 도무스 데이 (domus dei), 즉 신의 집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쾰른 대성당은 양식상으로 보면 프랑스식 고딕양식의 건축이다. 대성당의 정면은 서쪽을 향하고 있고, 신앙과 영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높은 첨탑은 하늘에 닿으려는 듯 높은 곳을 향하여 솟아있다.

쾰른 대성당 내부.
쾰른 대성당 내부.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깊숙한 공간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선은 자연스레 위로 향한다. 높은 천장은 중력에 대담하게 저항하는 듯하다. 천장을 떠받치는 기둥들 사이에 있는 길쭉하고 높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하늘의 축복처럼 은은히 내부공간으로 스며들어온다. 중앙 제단 쪽에는 대성당에서 가장 소중한 성유물인 동방박사의 성골함이 보존되어 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동방박사의 성골함은 원래 콘스탄티노폴리스(콘스탄티노플)에 있었는데, 314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이를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보관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후 1164년에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트리히 바르바로사가 이를 쾰른의 대주교에게 기증했다. 그 이래로 쾰른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방박사의 성골함
동방박사의 성골함

쾰른 대성당은 동방박사 성골함을 보존하던 원래의 성당이 화재로 파괴된 자리에 세워진 것인데, 그 기원은 콘라트 폰 호흐슈타덴 쾰른 대주교가 초석을 놓은 1248년 8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대성당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여러 차례 중단되다가 1560년에는 완전히 멎고 말았다. 그러다가 거의 300년이 지난 1842년, 프로이센이 독일 통일을 주도하면서 상징적인 건축물이 필요했기에 다시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다행히도 잃어버렸던 중세의 설계도가 우연히 발견되어 원래 계획되었던 형태대로 전통적인 중세의 시공법을 따라 1880년에 완공되었다. 착공부터 완공되기까지 600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쾰른 대성당은 전통적인 중세 석조 건축 시공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고딕 건축의 가장 훌륭한 예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완공된 지 약 60년 후에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공군이 장구한 역사의 도시 쾰른을 지도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듯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적이 있었다. 대성당은 부분적으로 파괴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멀쩡하게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신의 집이기 때문이었을까?

 

글·사진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분야에서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국내에서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도시기행>, <동유럽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외에도 여러 권 있다. cultureb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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