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K 클래식이 그토록 목말라 하던 한국 지휘계에 윤한결이 결정타를 날렸다. 지휘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콩쿠르 중 하나로 급부상 중인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Karajan Young Conductors Award)’ 콩쿠르에서 54국 323명의 참가자 중 우승을 하고 상금 1,5000유로(약 2,150만원)를 받았다. 더 중요한 부상은 주최측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윤한결을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지휘자로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도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ORF Radio-Symphonieorchester Wien을 지휘한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은 이 음악회 실황을 바로 음반으로 제작해 발매를 시작한다.
카라얀 지휘 콩쿠르 우승자 출신들 중에는 2015년 우승자 로렌조 비오티가 네덜란드 국립오페라단 상임지휘자로, 2010년 우승자 다비트 아프캄이 스페인 국립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등으로 활약 중이다. 윤한결은 금년에 이미 사이먼 래틀 경이 이끌고 있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BRSO)의 어시스턴트 지휘자로 활약하며 래틀 경의 후원으로 유럽 투어에서 종종 BRSO를 직접 지휘하는 기회를 얻어 왔다. 이러한 경험이 그가 카라얀 콩쿠르에서 우승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정명훈 이후 오랜 시간을 기다려 새로운 국제적 지휘자의 탄생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K피아노는 2015년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에 이어 2022년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즉시 거장 반열로 올라섰다. K성악은 2023년 바리톤 김태한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고, 2019년 바리톤 김기훈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2022년 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김기훈은 2023년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 오페라 ‘돈 조반니’의 돈 조반니 역을 맡아 세계 최정상의 바리톤으로 맹활약 중이다. K바이올린, K첼로도 거의 해마다 국제 콩쿠르 입상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K클래식에서 그간 가장 취약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지휘였다. 여기에 이번에 윤한결이 큰 일을 낸 것이다.
지휘는 어렵다.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는 각자 자기 소리를 내면 된다. 오페라의 경우 성악가들은 자기 역을 노래하면 끝이다. 하지만 지휘자는 다르다. 스스로는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전체의 소리는 결국 지휘자 책임이다. 각자 개성이 만만치 않은 100명 내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인간적 하모니를 이루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전 단원들을 압도하는 음악적 지식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오페라 해석의 기본인 문학적 틀을 이해하고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말하고 듣는 수준을 넘어가야 한다.
이제 윤한결은 음악인 중의 음악인이라 할 마에스트로를 향한 출발점에 섰다. 윤한결은 이미 지난해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 Askonas Holt의 계약 지휘자가 되었다. 여기에는 윤한결이 마음으로 지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사이먼 래틀 경부터,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 거장으로부터 다니엘 하딩, 다니엘 하딩, 야닉 네제-세겡, 김선욱 등 젊은 지휘자들까지 수십 명의 지휘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윤한결은 세련된 인상이라기 보다 힘세고 우직한 시골 농부 같다. 그는 실제 공연 무대에선 때론 과격하고,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같이 다양한 얼굴 표정과 격한 눈동자의 움직임을 갖는다. 그럼에도 그가 카라얀 콩쿠르에서 보여준 에너지는 유럽 최정상급 음악인들로 꾸려진 심사위원단과 협연한 단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윤한결이 작곡가, 피아니스트, 음악학자,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멋진 마에스트로로 성장해 나가길.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 에코 에너지 대표 / 차의과학대학교 법인이사 / 제2대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 전 예술의전당 이사 / 전 문화일보 정보통신팀장 문화부장 / ‘나라119.net’, ‘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메타버스를 타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