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에 대한 선입견을 바꾼 한결의 유기농 옻칠 작품

한결 '낮에 뜬 달' 개인전 전경
한결 '낮에 뜬 달' 개인전 전경

 

[아츠앤컬쳐] 옻칠에 대한 전통적인 선입견을 바꿔줄 만한 흥미로운 전시가 열렸다. 목조와 옻칠의 숨은 고수로 통하는 한결 작가의 ‘낮에 뜬 달(Moon in the Day)’이란 제목의 개인전(호리아트스페이스, 3.27~5.4)이다. 달의 이미지를 항아리 형상이나, 스피커, 식기류, 가구, 생활 속 소품 등 매우 다양한 관점과 소재로 재해석해 큰 화제를 모았다.

벽의 기댄 스피커도 여러 크기의 보름달 형상을 재해석한 것인데, 각각의 스피커 크기에 따라 음색도 다르다. 
벽의 기댄 스피커도 여러 크기의 보름달 형상을 재해석한 것인데, 각각의 스피커 크기에 따라 음색도 다르다. 

전시에서 만난 작품들은 한결 작가만의 독창적인 옻칠 방법이 가미된,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옻칠법을 보여 주었다. 그의 옻칠 작품들은 뜨거운 물은 물론,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수천 년 전부터 전승되어 온 옻칠 기법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진보된 옻칠 기술 덕분이다. 평소 틈나는 대로 꾸준히 옻칠 관련된 자료와 논문들의 연구를 거듭해서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했다. 보통은 나무에서 채취한 생옻을 칠한 후 완벽히 건조된 지 5년 정도는 지나야 진정한 옻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한결의 옻칠 작품은 완성되는 순간 최상의 상태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달을 해석한 한결의 옻칠 작품은 특별히 제작된 스피커와 흥미로운 조화를 이룬다. 특히 전자파를 흡수하는 옻칠의 특성을 살린 점이 주목된다.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달을 해석한 한결의 옻칠 작품은 특별히 제작된 스피커와 흥미로운 조화를 이룬다. 특히 전자파를 흡수하는 옻칠의 특성을 살린 점이 주목된다.

한결의 옻칠 과정은 여느 옻칠법과는 다르다. 구워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옻칠 상품’들은 화공용품인 카슈를 섞어서 칠한 예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건강에도 안 좋고, 공업용 인공 옻 성분을 석유를 활용해 만든 가짜 옻이다. 가령 겉으론 예쁜 자개 농이나, 제기, 식기류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그렇다. 한결은 최소 10년 이상 말린 통원목으로 이음새 없이 통나무 자체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한다. 나무 표면에는 야산에서 10년 이상 키운 옻나무에서 직접 채취한 옻을 칠하고, 200도의 가마 열에 구워내는 과정을 기본 20번 이상 반복해 독보적인 내구성을 지닌다.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달을 해석한 한결의 옻칠 작품은 특별히 제작된 스피커와 흥미로운 조화를 이룬다. 특히 전자파를 흡수하는 옻칠의 특성을 살린 점이 주목된다.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달을 해석한 한결의 옻칠 작품은 특별히 제작된 스피커와 흥미로운 조화를 이룬다. 특히 전자파를 흡수하는 옻칠의 특성을 살린 점이 주목된다.

“옻을 매개로 한 전업작가로 살고 있기에 ‘정직한 옻칠 작가’로 불리길 원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내가 만든 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식구’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두가 ‘몸을 치유하는 작품’이다. 제작과정에서도 내 몸에 임상 실험을 거친 후 만들어진다. ‘사용해 보니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이 있다. 실제로 암 2~3기 환자에게 식기류를 특별히 제작해 줬는데 완치된 사례가 많았다. 옻은 건칠(乾漆)일 경우 항암 성분이 7배까지 올라간다. 200도 이상의 내구성을 지닌 ‘유기농 건칠’이 일상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하게 된다.”

한결의 개인전 ‘낮에 뜬 달’에는 의자나, 여러 소품으로 달을 해석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한결의 개인전 ‘낮에 뜬 달’에는 의자나, 여러 소품으로 달을 해석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작가의 말처럼, 옻칠의 특장점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중에 옻칠이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아주 유익한 특성이다. 실제로 스텔스기(Stealth aircraft)나 최고급 승용차에도 사용된다. 한결 작가의 경우 이런 기능을 활용해 스피커 작품을 만들었다. 무선으로 작용해 전자파가 나올 수밖에 없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옻칠은 최상의 궁합이다. 젊은 시절 대기업 자동차 회사에서 스피커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던 경험이 한결만의 옻칠 스피커를 만들어냈다. 아무리 오래된 스피커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생명을 얻는다. 한결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유기농 옻칠의 미다스 손’을 가졌다.

모든 옻칠 작품 혹은 소품은 이음새 없이 잘 건조된 통나무를 깎아 만들고, 20번 이상 옻을 칠하고 200도 온도에 구워내길 수십 번 반복해서 한결 작가 특유의 '유기농 옻칠' 작품을 제작한다.
모든 옻칠 작품 혹은 소품은 이음새 없이 잘 건조된 통나무를 깎아 만들고, 20번 이상 옻을 칠하고 200도 온도에 구워내길 수십 번 반복해서 한결 작가 특유의 '유기농 옻칠' 작품을 제작한다.

가구부터 생활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와 쓰임을 지닌 소품들은 한결 작가만의 자연친화적인 유기농 옻칠을 만나 ‘대안적 옻칠 조형세계’를 보여줬다. 전시 제목의 ‘낮에 뜬 달’처럼 무한한 상상적 깊이를 담은 현대적 개념의 옻칠 작품을 재탄생시켰다. 한 개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추듯, ‘건강한 옻칠 활용법’에 대한 한결 작가의 천착이 곧 또 다른 전통의 유용성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한결 작가
한결 작가

한결 작가는 ‘유기농 옻칠 장인’으로 통한다. 전통적인 옻칠 방식을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현대의 실생활에 가장 적합한 ‘건강한 옻칠 활용법’을 창안해 작품화 시키고 있다. 작게는 젓가락과 수저부터, 크게는 가구나 입체 설치물까지 ‘나무에 옻칠 작업’의 영역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소목장 집안에서 자란 경험은 그에게 ‘만드는 것에 대한 진심’을 가르쳐줬다. 대학의 이공계를 졸업하고 들어간 큰 자동차 회사에선 쇠를 깎아 스피커를 만들었다. 최첨단의 섬세한 작업이 체질에 맞았는지, 해외법인 임원까지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숙명처럼 체내에 감돌던 ‘목수 기질’은 결국 전통적 옻칠의 현대화에 소명을 다하게 된 작가의 길로 인도했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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