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야 보이는 ‘사유의 선산바다’에 들다
[아츠앤컬쳐] 전아현(1995~)의 이번 리나갤러리 초대전은 그동안 작품의 진행 과정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종합전 형식이다. 가구와 입체 형식이 혼합된 독창적인 설치작품은 물론, 그 이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평면 작품까지 한눈에 비교해 볼 흔치 않은 기회이다. 서울과 부산 두 곳의 전시 공간이 지닌 특성을 잘 살린 맞춤형 연출 방식이 주목된다. 특히 부산의 경우 큰 창 너머의 바다를 배경으로 전시장 바닥에 화산석을 깔고 작품들을 배치한 장면이 압권이다. 마치 안개 낀 바다의 섬들을 한 조각씩 떠내어 진열한 듯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전아현은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형식으로 20대 중반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다. 회화, 입체, 가구까지 여러 장르의 장점을 살린 복합적인 작업 방식은 탁월한 전문성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실제 대학에서는 서양화와 가구조형을 복수 전공했으며, 대학원은 아예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전형적인 육면체 입체작품임에도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감흥을 전해주고, 그 신비로움을 가둬놓은 작품들은 일상 속 의자나 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열린 경계의 성격들이 전아현의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장르의 융복합이다. 일상의 오브제마저 미술의 경계로 들어온다. 회화와 조각, 가구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만한 전아현만의 탁월한 감각과 전시 공간 연출력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초창기부터 ‘회화적인 가구’ 형식이 전아현 작품만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캔버스에 의존한 평면 작업으론 한계점을 느끼던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난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 개념은 새로운 창의적 경계를 넘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순수미술과 가구디자인 장르의 특성을 온전하게 살린 작품을 완성해 낼 해법이 되었다.
이처럼 예술작품의 순기능 중 ‘생각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무한하고 자유로운 예술가적 상상력의 힘으로 빚어낸 감각의 환영은 고요와 평안이란 시각 언어로 되돌아온다. 전아현의 작품만큼 많은 감성적 자극과 충족감을 동시에 선사해 주는 예도 드물 것이다. 마침 전시 제목도 ‘멀어져야 보이는’이다. 전아현의 ‘심산(深山)’ 시리즈를 제대로 함축한 표현이지 싶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자연의 원성과 본질마저 스몄다. 전아현의 작품 속 자연은 마음의 산을 옮긴 심상(心象)이며, 이상향을 그린 선산(仙山)이다.
더불어 전아현의 작품에 담긴 감성적 키워드 중 ‘공감과 위로’를 놓칠 수 없다. 작가는 평소 ‘(다른) 사람의 생각과 그 근원이 궁금하다’라고 즐겨 말한다. 궁극적으로 ‘타인의 인생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나의 인생을 완성해 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심리 서적 읽기에 매료됐던 이유도 ‘나와 상대를 잇는 생각의 문’을 열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산과 산이 켜켜이 안개 속으로 멀어지는 전아현의 작품을 통해 무언의 위로를 받는다는 관람평이 많다. 아마도 작품의 시작점이 ‘이별과 상실의 슬픔에 사로잡혀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던 때의 작가적 경험’이 매개가 되었던 것이 연유이겠다.
최근 몇 년간 전아현의 행보가 분주하다. 지난해 포브스코리아의 ‘미래를 빛낼 30세 미만 30인’ 선정에 이어,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동상을 수상하였고, 올해엔 홍콩에서 열린 ‘2024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The Sovereign Asian Art Prize)’ 본선 최종 후보 30명에 선정됐다. 이 상은 2003년부터 홍콩 소버린 아트파운데이션(The Sovereign Art Foundation)이 매년 아시아 15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상이다. 올해 추천받은 171명 작가의 362점 작품 중 최종 본상 후보 30명에 뽑혀 홍콩의 초대전에 참석한 것이다. 이외에도 적잖은 미술관이나 주요 기관의 기획전에 꾸준히 불리고 있다. 이번 리나갤러리 서울과 부산 전시장 두 곳에서 갖는 개인전(7.4~8.31) ‘멀어져야 보이는’을 더욱 주목해서 보게 된다.
전아현(1995~) 작가는 상명대학교에서 서양화와 가구조형을 복수 전공했으며,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은 2024년 리나갤러리 서울&부산, 2023년 프린트베이커리 한남 플래그쉽스토어, 2021년 식물관 PH 등에서 3회를 가졌다. 2023 에코이스트-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공주 아트센터 고마), 2022 The ARTPLACE HMC 2022-Welcome FRIEZE(서울 오크우드프리미어코엑스센터), 2022 산.수.풍.경(서울 리나갤러리), 2021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울 SeMA 창고), 2020 Multi persona(청주한국공예관) 등 20여 회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했다. 참여한 프로젝트는 2024 LG상록재단 (화담채) 2023 LG전자 아티스트 컬렉션, 2022 신세계 면세점 VIP LOUNGE, 2022 데이터 정원-과학예술융합사업 전시프로젝트(수림문화재단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2020 동아일보 100주년 프로젝트 등이 있다. 2024 소버린아시아미술상 최종 후보 본상, 2023 청주국제공예공모전 2023 포브스 코리아 ‘UNDER 30-ART 부문’ 선정됐다. 작품은 LG상록재단 외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