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y Wave, 새로움을 일상에서 발견하는 MZ세대 감성

유기주, 여덟 번째 날, 2020, 종이에 수채, 78.5×108.5cm
유기주, 여덟 번째 날, 2020, 종이에 수채, 78.5×108.5cm

 

[아츠앤컬쳐]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신년맞이 첫 기획전으로 MZ세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웨이비 웨이브(Wavy Wave)> 전시를 개최한다. 보통 MZ세대는 군사정권 시기나 민주화 시대 이후의 젊은 세대로 통한다. 특히 1981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의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우리나라의 신조어이다. 한편으론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

흔히 세대 간 성격은 일상생활의 향유 방식부터 사고방식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성장 배경이나 환경의 차이가 사회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감성의 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 셈이다. 집단이나 사회보다는 개인의 관심사에 집중하고, 미래지향적인 이념보다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소비문화에 더 익숙하다고 알려진다. 그렇다면 가장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미술가들은 어떨까?

이희은, 인간 말종, 2023, 캔버스에 유채, 100.0x80.3cm
이희은, 인간 말종, 2023, 캔버스에 유채, 100.0x80.3cm

이번 <Wavy Wave>(2.15~3.16)전에는 Atchalinee Kesornsook(1978~), 고서연(1993~), 김서연(2000~), 박신엽(1985~), 오예진(1997~), 유기주(1987~), 이찬영(1997~), 이희은(1998~), 정지아(1999~), 정지용(1999~), 조현정(1987~)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대개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생으로 구성되었다. 각자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사회와 일상을 해석한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선 유기주와 이희은은 인간사회 구성원의 유기적 관계에 의한 문제들을 다뤘다. 유기주(1987~)의 경우 빛과 어둠의 대비를 강조하는 우울한 무채색 드로잉 기법이 특징이다. 비슷한 모습의 인물들은 거울 속 공간처럼 연출된 작품 <여덟 번째 날> 본인이 썼던 소설의 내용 중 ‘음모론자들에 의해 새로운 시대의 아침을 맞는 장면’을 연극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이희은(1998~)의 그림은 역동적이고 화려하다. 게임 속 배경으로 존재하는 엑스트라 NPC(non-player character) 무리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서사를 상상하며 묘사한 가상 세계이다.

박신엽, 사바세계 Saha, 2023, 캔버스에 아크릴 과슈, 116.8×80.3cm
박신엽, 사바세계 Saha, 2023, 캔버스에 아크릴 과슈, 116.8×80.3cm

같은 자연 소재라도 관점과 표현한 기법에 따라 다르게 와닿는다. 가령 고서연(1993~)은 주변에 온통 밭과 나무가 가득하고 인적이 드물었던 고향 풍경을 모티브로 삼았다. 넓고 푸르른 들판에 덩그러니 버려진 듯한 플라스틱 박스에서 ‘와르르르’ 쏟아진 과일의 존재에 외로운 자신의 감정을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지용(1999~)은 장지에 펄프지 등을 혼합한 화면에 수묵담채 기법으로 일상 속 풍경의 편안함과 안락을 전하고 있다.

비슷한 화면구성에서 여백의 운용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연출되기도 한다. 먼저 방콕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을 보낸 후 미국 워싱턴에서 유학한 아챠리니 케손숙(Atchalinee Kesornsook) 작가는 넓은 여백에 증명사진식 인물 초상화를 그린다. 정면을 응시한 주인공은 동서양의 인상이 혼합된 소녀와 숙녀의 중의적 표현의 초상이다. 인물에 비해 넓은 여백이 많은 상상을 자극한다. 조현정(1987~)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중앙에 앉혔다. 영롱하고 섬세한 고양이의 특징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여유로운 여백에 다양한 문양과 패턴을 그려 넣어 인상적이다.

오예진, Dreaming, 2024, 나무 판넬에 유채, 30×40cm
오예진, Dreaming, 2024, 나무 판넬에 유채, 30×40cm

오예진(1997~)의 경우는 여백의 연출에 따라 시각적인 긴장감도 달라진다는 걸 잘 보여준다. 여백이 생략된 작품 <Dreaming>은 얼굴 그림임에도 마치 외부 세계(현실)와 정신이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진 듯하고, 무의식의 심연에 다가가는 무한의 영역도 연상시킨다. 반면 정지아(1999~)는 정밀한 공필화 기법으로 여성을 그리는데, 시원한 여백과 창의적인 패턴의 성공적인 조화로움을 잘 보여준다.

정지아, 어느새 커져버린 욕망, 2024, 비단에 채색, 80.3x116.8cm
정지아, 어느새 커져버린 욕망, 2024, 비단에 채색, 80.3x116.8cm

가상이나 공상의 감각세계를 다룬 예도 여럿이다. 김서연(2000~)은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삼았다. 인터넷 가상 세계에서 얻은 가벼운 이미지를 회화로 재생산해 예술적 깊이와 무게를 더했다. 박신엽(1985~)은 윤회의 바퀴를 그린 작품 <사바세계 Saha>에서 인생을 놀이공원 같은 세상에서 ‘영혼의 성숙을 위해 여정을 떠나는 하나의 존재’에 비유한다. 이찬영(1997~)의 경우는 비현실적인 ‘요정’을 등장시켜 ‘각자의 방식으로 염원을 좇는 인간상’을 은유적으로 묘사한다.

이처럼 <Wavy Wave> 전시는 너무나 다양하고 사방으로 열려 있는 MZ세대의 감성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이다. 새로움을 편안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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