圖磁二想, 도자기와 그림에 대한 두 생각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도자이상-강민수 박성민 2인전'에서 두 작가의 작품이 색다른 조화를 보여준다.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도자이상-강민수 박성민 2인전'에서 두 작가의 작품이 색다른 조화를 보여준다.

 

[아츠앤컬쳐] 9월은 연중 가장 뜨거운 아트마켓 시즌이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와 세계적인 명성의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동시에 열려 많은 미술애호가를 설레게 한다. 특히 때마침 한국을 찾는 해외의 아트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로 인해, 국제적인 시각에서 한국 미술이 크게 주목된다. 그래서 한국의 독창적 감성을 지닌 현대미술의 비전을 다양한 시선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호리아트스페이스 기획전 <도자이상(圖磁二想)-강민수ㆍ박성민 2인전> 역시 이러한 시기의 특성을 감안하여 마련되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시원은 전통적 미감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 전통미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어갈 것인가 하는 점은 수많은 예술가의 숙원과제였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이번 두 명의 작가는 도자기를 서로 다른 관점의 조형론으로 해석한 사례이다.

강민수, 달항아리, 2023, White Porcelain jar, 56×54×19.4cm
강민수, 달항아리, 2023, White Porcelain jar, 56×54×19.4cm

우선 강민수(1972~) 작가는 전통미 풍만한 달항아리를 특유의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게는 40~50cm, 크게는 60cm 이상으로 순백의 깊이를 더해 우리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특히 강민수 작가는 20년 넘게 전통적인 장작가마를 고집하며, 달항아리가 지닌 검박한 절제미의 해석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달항아리는 해외 유명 인사나 청와대, 대한항공, 다이소 본사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사랑받고 있다.

강민수, 달항아리, 2023, White Porcelain jar, 46×45×17.2cm
강민수, 달항아리, 2023, White Porcelain jar, 46×45×17.2cm

천재 미술가 백남준이 달은 그 옛날의 텔레비전이라고 말했듯, 강민수의 달항아리 역시 신묘한 아름다움의 상상력으로 친근함을 더한다. 겉보기에 비슷비슷한 달항아리지만 강민수 달항아리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니듯 남다른 조형미를 자랑한다. 조선시대 전통적 기법을 따르되, 현시대의 감성까지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전국을 돌며 최적의 흙을 찾아 수많은 실험으로 얻어낸 결과이다. 마치 심연의 소우주를 만난 것처럼 심오한 울림을 전해준다는 평을 얻고 있다. 가장 단순한 조형어법인 형상과 공간, 비움과 채움, 색즉시공(色卽是空)이 강민수 달항아리 한 몸에 배어 있는 셈이다.

박성민, Connect, 2024, 캔버스에 유채, 45x38cm
박성민, Connect, 2024, 캔버스에 유채, 45x38cm

박성민(1968~) 작가는 아이스캡슐(Ice Capsule) 회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줄곧 얼음식물그리고 도자기세 가지 소재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00년 초반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신사임당미술대전 대상 등을 연이어 휩쓸며 미술계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깔끔한 청화백자에 담긴 얼음과 녹색 식물의 대비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투명한 얼음 속에 식물이 자라는 듯한 모습은 사뭇 극사실 회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현실에선 만날 수 없는 가상의 비구상 설정이다.

박성민, Connect, 2024, 캔버스에 유채, 52x46cm.
박성민, Connect, 2024, 캔버스에 유채, 52x46cm.

도자기에 담겨 얼음을 뚫고 솟아오르는 식물의 강렬한 생명력은 삶도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도자기의 속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도자기 표면의 질감을 추상적 이미지로 옮긴 신작들이다. 마치 한없이 펼쳐진 미지 행성의 지표면 혹은 갓 태어난 원시적 대지를 만난 듯 신비롭게 다가온다. 극사실과 추상의 기묘한 접점을 보여준다. 원래부터 고체, 액체, 기체 등 물질의 삼태(三態)를 한 화면에 담고자 해왔다. 그래서 얼음을 매개로 삼았었는데, 도자기 역시 같은 속성으로 해석될 만하다. 고체인 흙이 물을 만나 액체가 되고, 다시 불을 만나 기체가 나간 후 남은 것이 도자기이기 때문이다.

박성민, Connect, 2024, 캔버스에 유채, 52x46cm.
박성민, Connect, 2024, 캔버스에 유채, 52x46cm.

강민수와 박성민 작가의 서로 다른 두 시선으로 해석된 도자기는 예술적 감각이 깃든 디저트로 유명한 우나스(UNAS)가 합류해 또 한 번 변모한다. 두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우나스 이은아 총괄쉐프가 재해석해 아트콜라보 한 달항아리 케이크가 선보인다. 또한 그 표면에 박성민 작가가 직접 회화적 터치를 가미해 완성도를 더했다. 마침 전시 기간이 한가위를 품고 있어 보름달의 행복한 기운까지 전해줄 <도자이상(圖磁二想)>전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이번 달 3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린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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