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센강 쪽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시야에 몇몇 굵직한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 센강변에 식물들로 뒤덮인 벽면을 따라 야생 밀림과 흡사한 정원을 낀 거대한 건축물 골조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지극히 현대적인 트랜드를 담은 공간이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고전적인 베르사유궁전이나 루브르박물관에 대한 기억은 잠시 잊자.
장 누벨 건축가와 파트릭 블랑 조경사
입구의 벽면을 식물로 뒤덮은 작업은 정원사 파트릭 블랑의 작품인데 파리의 전형적인 파사드인 오스만 양식과의 확연한 구별을 위하여 선택했다. 그리고 건축은 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인 장 누벨의 작품이다. 참고로 서울 한남동에 소재한 삼성 리움미술관의 건축물 3곳 중 하나가 바로 장 누벨의 작품이다.
자크 시락 대통령의 프로젝트
<케 브랑리> 박물관의 명칭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박물관이 세워진 장소인 브랑리 강변이라는 뜻이다. 2006년에 개관한 이곳은 케 브랑리ㅡ 자크 시락 박물관으로 불리는데 이는 시락 대통령이 건립한 기념비적인 문화시설이기 때문이다.
자크 시락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프랑스를 통치한 대통령으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 등의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 소장품도 다수 보유하였기에 케 브랑리 박물관의 건립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이곳의 소장품은 현재 약 3,500여 점인데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것이다. 가면과 마스크, 주술 신앙에 관한 용품, 장신구, 조각과 그림 등 다양한 컬렉션을 볼 수 있다. 기존의 박물관들이 구역을 나누어 하나의 전시실 안에 하나의 테마를 선보이는 형식이라면 이곳은 특별히 구분된 공간이 없다. 마치 밀림을 여행하듯 길게 앞으로 뻗어 있는 동선을 따라 걸어가면서 다양한 대륙에서 온 다양하고 진귀한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집에다가 아프리카 가면을 걸어 장식한다. 오세아니아나 아시아의 전통의상이나 소품을 좋아하여 장식용으로 소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과거 식민지시대 때도 활발했었는데, 요즘엔 개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다. 더불어 유럽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이곳에 숨어있다. 비대칭 형상의 아프리카 가면들을 관철하고 있으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같은 명작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아츠엔컬쳐 독자분들도 다음에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면 다소 색다른 박물관, 정원, 레스토랑 방문을 추천한다. 건물 사이의 길게 뻗은 정원에 심어진 음지의 식물들로 더운 여름에도 운치가 느껴진다.
글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