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시청. 이곳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거행된다.
오슬로 시청. 이곳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거행된다.

 

[아츠앤컬쳐] 북유럽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중심가 남쪽 부둣가에는 우람한 건물이 하나 서있다. 다름 아닌 오슬로 시청사이다. 이 건물은 노르웨이가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한 후 1931년에 착공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50년에야 완공되었다. 붉은 벽돌로 마감된 이 시청사는 북유럽 특유의 간결함과 소박함을 보여준다. 오슬로 시청사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노벨 평화상과 관계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노벨상은 처음에 화학, 물리,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상 등 5개의 분야에 걸쳐 1901년부터 1, 2차 세계대전 전쟁 기간을 빼고는 매년 시상하는데 1969년에는 경제학상이 추가되었다. 매년 10월이 되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선정되어 발표되고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 오후 4시 30분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세상을 떠난 날과 시각을 기념하여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거행된다. 그런데 평화상만큼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스톡홀름이 아닌 오슬로에서 수여한다. 시상식은 바로 오슬로 시청사의 홀에서 거행하는 것이다.

노벨 위원회 건물 입구의 노벨 흉상
노벨 위원회 건물 입구의 노벨 흉상

노벨은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로 거부가 되었는데 63세의 일기로 1896년에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헌납하여 매년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을 제정하도록 유언했다. 그가 원래 화학공학자였으니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제정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왜 평화상을 제정했는지는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 그의 생애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이너마이트가 파괴와 살상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마음의 가책을 느껴 이를 제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그가 평화주의자 여류작가인 베르타 폰 주트너(Bertha von Suttner 1843~1914)의 영향을 많아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노벨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는데 왜 유독 평화상만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시상식을 거행하도록 했을까? 그 이유도 확실하지 않다. 한때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같은 군사적 전통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노벨이 이곳을 평화상을 수여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노르웨이는 노벨이 생존해 있을 때 스웨덴의 일부였으나 1905년에 평화스럽게 독립했다.

노벨 평화상기념센터
노벨 평화상 기념센터

노벨 평화상과 관련하여 오슬로 시청사 외에 꼭 찾아가 볼 곳은 노벨평화센터이다. 이 센터는 오슬로 시청사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1800년대 후반의 양식으로 디자인된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원래 오슬로 서부역이었으나 1989년에 폐쇄된 다음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2005년에 노벨평화센터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곳에는 노벨평화상과 수상자들의 업적을 소개하며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인류의 평화와 인권 증진에 기여한 사람들을 기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이다. 하지만 그 선정과 수상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과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사실 수상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며, 일부 수상자의 업적은 평화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있다. 또 일부 수상자들은 상을 받은 이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게다가 노벨평화상은 ‘평화’의 정의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수상자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평화’는 군사적 갈등의 종식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인권, 민주주의, 빈곤 해결 등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어떤 업적이 ‘평화’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뿐 아니다. 노벨평화상의 수상자는 비공개 회의를 거쳐 결정되며,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처럼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후보와 수상자 선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투명한 선정 절차와 평화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벨평화상은 그래도 여전히 평화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국제 사회가 주목할 만한 활동을 조명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글·사진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분야에서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국내에서는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도시기행>, <동유럽문화도시 기행>,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외에도 여러 권 있다. cultureb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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