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년 6월 7일 영국 출생)는 1990년대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 운동의 중심에 서며 현대미술에 강렬한 충격을 준 작가다. 그의 대표작 <천년(A Thousand Years, 1990)>은 썩어가는 소의 머리, 파리,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삶과 죽음의 순환적 이미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인생의 무상함을 탐구한다. 허스트는 삶과 죽음, 그 경계의 모호함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며,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설치된 작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파리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건너편 유리박스 안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그러나 썩어가고 있는 소의 머리 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전기 해충퇴치기를 통과해야만 한다. 파리들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움직이다가 결국 전기 해충퇴치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소의 사체 안에 남은 구더기와 함께 변태의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환이 천 년 동안 지속됨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허스트의 작품 속 유리 상자는 단순히 죽음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객이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창으로 작용한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에서는 고요히 정지된 상태의 상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죽음의 공포와 삶의 유한성을 강렬하게 시각화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허스트의 예술은 무상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 숨겨진 영원을 이야기한다. 한 마리의 파리가 썩은 고기를 탐하며 생명을 이어가듯, 그의 작품은 죽음 속에서도 삶이 지속된다는 순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허스트는 죽음을 단순히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삶의 일부로 재정립하였다. 허스트는 예술을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삶과 죽음을 이해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미술적 충격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내면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의 메시지는 끝이자 시작인 그 지점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발견하게 만든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