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도, 묻지도 말고, 선택하라”
40년 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츠앤컬쳐] 진정한 혁신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 스스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선택한 인도네시아 반튼 고지대의 바두이족은 이 평범한 진리를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요한 이스칸다르와 로이 엘렌이 Innovation, ‘Hybrid’ Knowledge and the Conservation of Relict Rainforest in Upland Banten 연구에서 밝힌 바두이족의 ‘하이브리드 지식 체계’는 문명 속에 파묻혀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바두이족은 ‘내부’와 ‘외부’라는 독특한 이중 구조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맞춰 왔다. 내부 바두이가 엄격한 전통의 수호자로 남아 있는 동안, 외부 바두이는 현대 사회와의 접점을 신중하게 넓혀 갔다. 이들에게 농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신성한 의식이자 정체성의 핵심이었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방법을 현대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시도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1985년, 바두이족의 중요한 전환점
1985년, 바두이족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칼라비세(Paraserianthes falcataria) 나무의 도입을 둘러싸고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 나무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목재로 활용할 수 있어 바두이족이 생태 보전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처음에는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빠른 성장력과 질소를 고정하는 특성으로 토양 개선 능력이 있어 전통 농업 방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선택 기준이었다. 정향, 고무, 커피와 같은 수익성 높은 작물들의 도입은 과감히 거절했다. 단기적 이익보다는 전통적 가치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지식을 전통 농업 체계와 융합하여 독창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 냈다.
현대인에게 전하는 바두이족의 메시지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나다움”을 외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SNS에서 보이는 차별화된 모습마저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동질성일지 모른다. 바두이족은 무조건적인 거부도, 맹목적인 수용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지혜를 보여준다. 진정한 혁신이란, 과거와 현재, 전통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여정일 것이다.
40년 전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이 보여준 이 지혜를 통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나만의 것을 어떻게 재창조해 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The Baduy people of Indonesia's Banten Highlands demonstrate a remarkable approach to balancing tradition and innovation through their 'hybrid knowledge system.' While often perceived as resistant to change, research by Johan Iskandar and Roy Ellen reveals how this indigenous community has strategically integrated new elements into their traditional practices.
Their society, divided into 'Inner Baduy' and 'Outer Baduy,' exemplifies this balanced approach: while maintaining strict traditional practices, they selectively adopted innovations that aligned with their cultural values and ecological principles. A prime example is their 1985 introduction of Paraserianthes falcataria trees, which they initially rejected from government proposals but later embraced after careful evaluation of its compatibility with their traditional agricultural system.
They rejected high-profit crops like cloves, rubber, and coffee that could have threatened their traditional farming cycles, instead choosing innovations that enhanced their existing practices. This selective adoption demonstrates how traditional wisdom and modern innovation can coexist, offering valuable lessons for contemporary society about maintaining authenticity while embracing beneficial change.
글/ 박재아 前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MoTCE-RI) 한국지사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조선대학교 대외협력외래교수로 재직하며, 태평양기후위기대응협의회 사무처장과 태평양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의 한국 시장 개척을 주도한 섬 지역 전문가로서,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섬 문화와 자연을 한국에 소개하며 양국 간 관광 및 문화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