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âteau La Coste

생트 빅투아르 산이 보이는 언덕
생트 빅투아르 산이 보이는 언덕

 

[아츠앤컬쳐]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는 현대 미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폴 세잔Paul Cézanne의 고향이다. 그는 파리를 오가다 마지막 24년을 고향인 이곳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에 전념하였다. 말년에 4년 동안 이용했던 아틀리에가 있는 집과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그의 작품 속 주요 소재가 되었던 생트 빅투아르산Mont Sainte-Victoire을 바라보며 그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바람, 햇살, 숲, 올리브나무, 수호신처럼 우뚝 솟은 산 등 이곳의 모든 자연에서 아직도 세잔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위대한 한 예술가뿐만 아니라 문학가 에밀 졸라가 탄생한 이곳, 엑상 프로방스로의 여행은 그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풍요로워진다.

샤토 라 코스트

세잔의 아틀리에
세잔의 아틀리에

엑상 프로방스에서 18킬로 남짓 떨어져 있는 이곳은 유명한 아트 컬렉터인 패트릭 매킬런과 그의 누나의 아이디어로, 와인 농장에 현대 건축과 예술을 접목시켜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곳곳에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까지 갖추고 있어 건축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는 곳이다.

안도 타다오의 샤토 라 코스트 본관 건물
안도 타다오의 샤토 라 코스트 본관 건물

노출 콘크리트에 새겨진 샤또 라 코스테의 입구를 알리는 정문을 지나 포도밭 가장자리에 키 작은 장미가 인상적인 길을 따라 들어간다. 안도 타다오 특유의 간결한 조형미의 메인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넓은 물이 있는 공간, 그 큰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표 작품인 <마망>이 시선을 압도한다. 물과 함께하는 그녀의 작품은 온 우주를 품을 듯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

건물 안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니 햇살이 눈 부시다. 창밖의 히로시 스기모토 작품인 원뿔 모양의 스테인레스 조형물 'Mathematical Model 012'는 우아한 곡선이 인상적이며 안도의 작품만큼이나 간결하다. 안도 타다오는 “건축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그의 작품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 바람, 하늘 등의 자연과 함께 할 때 그의 작품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창 사이로 들어오는 하늘, 빛, 자연, 특히 건축물 주변에 펼쳐진 물이 있는 공간 위에 바람이 만든 잔물결들과 어우러진 모습은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과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래서 난 안도 타다오 건축물을 만나면 내부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기대하게 된다.

히로시 스기모토의 'Mathematical Model 012'
히로시 스기모토의 'Mathematical Model 012'

로제 와인을 곁들인 지중해식 요리로 행복한 식사를 마친 후, 자연 속의 작품을 만나러 산책로로 나선다. 레스토랑이 있는 본관 앞 공간에 션 스컬리의 금속 각 파이프를 쌓아놓은 작품부터, 유산 후의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애니 모리스의 동글동글 구형의 예쁜 색감으로 쌓아 올린 조형물 등 곳곳에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메인 건축물을 비롯해 가장 많은 작품이 있는 안도 타다오를 비롯해 리처드 로저스, 장 누벨, 프랑크 게리, 렌조 피아노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과 알렉산더 칼더, 리처드 세라, 래리 뉴펠트, 프룬 누리 등의 작품이 곳곳에서 우리를 반긴다. 미술관에서와 달리 보물 찾기 하듯 찾아다니며 감상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지만 약간의 언덕과 작은 돌이 있는 흙길은 어쩔 수 없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때때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과 변화무쌍한 하늘은 지쳐가는 발걸음에 활력이 되어 준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샤토 라 코스트는 건축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탄생한 자연 속 미술관이다. 야외뿐만 아니라 이우환, 박서보를 비롯해 안젤름 키퍼, 바스키아, 애니 모리스 등의 지난 전시 목록만으로도 앞으로의 전시가 기대되는 실내 공간도 곳곳에 있다. 갤러리나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를 못본 채 ‘예술산책로’만으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가 있을 때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땐 밤하늘의 별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산책도 꿈꾸어본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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