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
[아츠앤컬쳐] 스위스 중부에 위치하며 오랜 역사를 가진 중세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도시를 가르는 로이스강이 흐르고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리기산과 필라투스 산이 호수 뒤에 펼쳐져 있다. 오래된 돌길과 상점, 야외 카페가 있는 강을 따라 들어서 있는 구시가지 안에는 무제크 성곽(1386년), 슈프로이어 교(1408년), 예수회 성당(1627년) 그리고 건물 벽면에 그려져 있는 프레스코화 등이 루체른의 깊은 역사를 말해 준다. 루체른의 기차 역사, 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KKL)가 있는 강 건너편을 잇는 카펠교는 루체른의 가장 인상적인 명소 중 하나다.
카펠교
1333년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다. 양쪽 난간의 꽃장식은 진녹색의 강물과 어우러져 단아한 자태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지붕 안쪽 삼각 패널에는 루체른의 역사적 사건 등을 묘사한 회화 작품이 있다.
아쉽게도 1993년의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손실되었다. 다리 부분은 복원이 되었지만, 지붕 안쪽에 그려진 그림은 일부 사라진 채 묵묵히 로이스강을 지키고 있다.
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KKL:Culture & Convention Centre)
1998년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에 의해서 만들어진 문화공간으로 루체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이곳에서는 연중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데, 그 중 매년 8월~9월에 열리는 루체른 페스티벌은 가장 유명한 축제다. 최상의 음향 시설을 갖춘 1,84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세계적인 음악가와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의 수준 높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함께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의 장소다. (덕분에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길거리에는 공연장을 위한 정장 수트케이스를 손에 들고 반바지에 배낭을 멘 관광객이 눈길을 끈다.)
로젠가르트 미술관
루체른 출신의 미술품 컬렉터이자 아트 딜러였던 지크프리트 로젠가르트와 그의 딸 안젤라 로젠가르트 부녀가 모은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이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은행 건물을 개조해서 2002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피카소의 회화, 드로잉, 조각 등 100여 점을 포함해서 19~20세기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1층엔 피카소만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카소의 창작에 영감을 준 여인들의 초상화가 있는 방과 드로잉이 있는 공간까지 작품 감상에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 그의 작품 중 미술관의 설립자인 안젤라 여사의 초상화도 눈에 띈다.
세잔, 모네, 마티스, 샤갈, 르누아르, 미로, 칸딘스키, 모딜리아니 등의 작품과 소품이 많지만 다수의 파울 클레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KKL콘서트홀에서의 공연 감상이 나를 루체른으로 이끌었다. 이곳은 음악적 감동만으로도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여유롭게 산책하며 만나는 잔잔한 일상이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스위스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이 1,000여 개가 있다고 한다.
그중의 하나인 음악의 도시 루체른에서 만난 로젠가르트 컬렉션은 기대 이상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연이 없는 낮시간을 이용해 여유롭게 산책하듯 들르면 좋을 공간이다. 특히 피카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반가운 장소가 될 것이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카펠교의 산책은 기분 좋은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다리의 지붕과 난간 사이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한없이 서성이게 된다. 다리 너머 구시가지의 오래된 건물 앞 강변을 따라 야채, 과일, 치즈 등 다양한 생필품을 파는 새벽시장의 풍경도 정겹다. 루체른은 알프스의 필라투스, 리기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강변의 사소한 일상과 고풍스러운 구시가지를 마주하는 여유만으로도 음악과 더불어 충분히 행복한 추억이 되는 곳이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