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앙티브 풍경
앙티브 풍경

앙티브

앙티브는 B.C.500년에 그리스 식민지인 앙티브 폴리스로 시작된 역사 도시로, 로마에 정복되었다가 프랑스에 귀속되어 루이 14세 때 요새로 지어진 중세 마을이다. 프랑스 남부의 니스와 칸 사이에 위치한 바다에 인접한 아름다운 휴양 도시이기도 하다. 요새의 성벽 중간에 난 아치 사이로 한가로이 정박해 있는 요트들 풍경이 평화롭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은 다른 중세 도시와 다름없는 정겨운 풍경이다. 구도심의 길을 따라 들어서 있는 바와 레스토랑이 있는 길을 걷다 보니 허름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낡았지만 넓은 건물에 여러 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 작업실들이 창을 통해 보인다. 거리에 인접한 평범한 공간에서 작업에 집중하는 작가와 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제2의 피카소를 꿈꾸는 듯 젊은 작가의 눈빛이 진지하다. 피카소에 특별한 공간을 제안하고 제공한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다운 인상적인 풍경이다. 아름다운 해변, 역사적 흔적과 아기자기한 중세풍의 거리 그리고 그리말디성에 자리잡은 피카소 미술관과 함께 여행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그리말디성의 피카소 미술관
그리말디성의 피카소 미술관

그리말디성의 피카소 미술관

살짝 비를 뿌리는 날씨 탓인지 구도심은 무척 한가롭다. 그곳을 지나 피카소 미술관이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니 미술관 앞에는 도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관람을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숫자에서 피카소라는 거장의 이름이 주는 힘을 새삼 느낀다.

제르맹 리시에의 조각
제르맹 리시에의 조각

12세기에 지어졌던 그리말디성은 중세시대 대주교였던 그리말디 가문의 저택이자 요새였다고 한다. 1925년 앙티브시에서 매입해 그리말디 박물관으로 사용하다 1946년 피카소에게 아뜰리에로 제공되어 그가 얼마동안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렸던 다수의 그림이 앙티브시에 기증되고 1966년에 공식적으로 최초의 피카소 미술관이 되었다. 1991년 피카소의 부인인 자클린 여사와 앙티브시의 기부가 더해지고 20세기에 활동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현재 미술관의 소장품은 245점에 이른다.

삶의 환희(피카소)
삶의 환희(피카소)

이 미술관의 대표작품인 ‘삶의 환희’는 피카소의 새로운 연인인 프랑수아즈 질로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탄생한 작품으로 밝은 에너지와 색감이 느껴진다. 그 외에도 그녀가 등장하는 그림과 ‘염소’, ‘올빼미와 성게가 있는 정물화’ 등 피카소가 즐겨 그려왔던 동물이 있는 그림과 함께 ‘사티로스, 파우누스와 삼지창을 든 켄타우로스’, ‘율리시스와 세이렌들’ 등의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회화와 드로잉도 눈에 띈다. 여인의 얼굴과 동물의 형상을 피카소 특유의 선으로 그려넣은 세라믹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티로스, 파우누스와 삼지창을 든 칸타루스(피카소)
사티로스, 파우누스와 삼지창을 든 칸타루스(피카소)

독일 출신 한스 아르퉁의 회화, 프랑스 출신인 니키 드 생팔과 이브 클라인 등의 작품을 뒤로 하고 야외 테라스로 향한다. 아르망의 기타를 쌓아올린 작품과 테라스 한켠에 미로의 작품도 보인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지중해를 배경삼아 성벽 난간 위에 서 있는 조각품에 눈길이 머문다.

율리시스와 세이렌들(피카소)
율리시스와 세이렌들(피카소)

자코메티와 동시대를 살다간 초현실주의 작가 제르맹 레시에(1902~1959)의 작품이다. 그녀의 조각 작품들과 그 사이로 들어오는 푸르른 바다는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거침없는 바람은 이 벅찬 감흥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세라믹 작품들(피카소)
세라믹 작품들(피카소)

특별전을 위해 파리로 떠난 니콜라 드 스탈(1914~1955) 작품의 빈자리가 아쉬웠던 나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품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건축물과의 조화는 그 어떤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으로 와닿는다. 니콜라 드 스탈의 서정성 짙은 추상적 풍경화들과 ‘누워있는 푸른 누드’, 그의 마지막 미완성작인 ‘콘서트’를 온전히 품은 이곳을 상상하며 미술관을 나선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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