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랑스 파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낭만과 예술의 도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로 한 때 최고의 번영을 누렸으며 지금도 유럽 최고의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도시 중 하나로 개선문, 에펠탑, 루브르 등 영광의 흔적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퐁피두센터, 오르세 미술관 등과 피노 재단, 루이뷔통 재단까지 크고 작은 박물관, 미술관이 130여 개에 이르며, 도시 전체가 문화 예술과 역사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파리는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겐 더욱더 매력적인 곳이다.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팔레 드 도쿄가 건축되었다. 1961년, 이 건물 동쪽을 현대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이곳은 특히 주로 20세기 초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들인 야수파를 이끌었던 마티스, 드랭과 입체파의 피카소, 브라크를 비롯해 들로네, 뒤피, 모딜리아니, 수틴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앵포르멜 작가인 슐라쥬, 포트리에 등의 작품을 포함해 8,000점 이상의 수준 높은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이다. 1937년 만국 박람회 때 탄생한 작품으로 가로 60m, 세로 10m에 이르는 대작이다. 전기 발명의 위대함과 편리성을 알리기 위해 주문 제작되었는데 뒤피 특유의 부드럽고 밝은 색감으로 표현된 이 작품의 방대한 규모는 관람자를 압도한다. 작품 하단에는 100여 명이 넘는 전기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인물도 그려져 있다. ‘전기의 요정’을 감상하고 계단을 내려오면 화려한 색채와 율동감의 오르피즘 작가인 들로네의 작품이 시선을 끈다. 그밖에 파리가 화단의 중심이었던 시대의 여러 화파를 비롯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니콜라 드 스탈> 회고전
미술관 여행을 하다 보면 꼭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순회 전시와 맞물려 아쉽게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에 생각지도 않은 특별전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때도 있다. 그중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에서 만난 ‘니콜라 드 스탈’展은 가장 기억에 남는 행운 중 하나다. 그가 많이 궁금했지만 다수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기회가 없었다. 미술관에서 가끔 만나는 스탈의 작품과는 달리 수년 전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을 다녀온 남편의 폰 속에서 만난 니콜라 드 스탈(1914~1955)의 작품은 실물을 꼭 만나고 싶은 소망을 품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구성에 따뜻한 색감, 대담한 붓 터치와 여백이 인상적인 ‘콘서트’(미완성작)와 ‘누워있는 푸른 누드’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그를 기다렸던 수많은 파리 시민과 여행객들로 미술관 앞은 북적였다. 한참의 순서를 기다려 들어선 전시장은 시대별로 잘 정돈되어 스탈의 작품 변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 초기의 다소 거친 터치와 어두운 색감의 추상을 지나 단순한 구성으로 임파스토의 특징을 충분히 살린 기법에 서정적 정서를 더하여 그만의 화풍이 확립된다. 시칠리아 여행 후에는 차츰 표현 기법이 순화되면서 매끈한 붓질로 변해간다. ‘누워있는 푸른 누드’와 ‘콘서트’에서 이 표현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유럽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던 그는 뉴욕 화단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유럽 무대의 스타가 된다.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며 불꽃 같은 열정으로 적지 않은 수(1,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지만, 이른 나이에 작품 속에 등장하는 풍경 중 한 장면인 앙티브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후기 작품에서는 색감은 화려해졌지만,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은 주변 거리의 건축물들과 잘 어우러지는 고풍스러운 외관을 가졌다. 수준 높은 예술품을 품은 이 미술관은 다른 어떤 미술관보다 파리의 모습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한다. 에펠탑이 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도 파리 미술관 여행에서 좋은 추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