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ccini’s opera, 'La rondine'

Ermonela Jaho 사진 출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arbican.org.uk/whats-on/2025/event/puccinis-la-rondine
Ermonela Jaho 사진 출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arbican.org.uk/whats-on/2025/event/puccinis-la-rondine

 

[아츠앤컬쳐] 오페라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전성기를 맞고 20세기 초 황금기를 누린 장르다. 이 시기의 오페라를 떠올리면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 화려한 성악 기교, 정교한 무대와 의상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오늘날에도 이들 작품은 세계 각지의 무대에서 전통적인 형식을 유지한 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오페라는 더 이상 하나의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고전적 재현 대신 과감한 편성과 절제된 연출로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필자가 관람한 오페라 <제비>는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BBC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제비>는 기존의 공연과는 사뭇 다른 형식을 취했다. 배우들만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던 일반적인 오페라와 달리, 오케스트라가 무대 중앙을 차지한 채 연주를 이어가고 그 앞에서 몇 명의 주연 가수들이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는 구조였다. 무대는 화려한 세트 대신 음악으로 채워졌고, 시선은 자연스레 배우와 악단 사이를 오갔다.  

<제비>는 파리 사교계의 여인 마그다가 순수한 청년 루제로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과거를 지우지 못한 채 결국 그를 떠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아리아 ‘도레타의 꿈’에서 드러나듯 작품은 한때 꿈꾸었던 낭만과 그 끝을 동시에 품고 있다. 다른 푸치니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고 서정적인 정조를 지니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선택에 대한 쓸쓸한 통찰이 스며 있다.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은 오케스트라 앞에 일렬로 서서 관객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합창이 더해질 때면 더 많은 가수들이 등장했지만, 그들 역시 오케스트라 뒤편에 서서 배역을 소화할 뿐이었다. 장면 전환은 인물의 등장과 퇴장으로만 암시되었고, 때로는 무대 한편에 서 있는 인물을 극 중 다른 인물이 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연출은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연출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연기와 동선을 최소화한 공연은 줄거리의 전개에 휩쓸리기보다 음악과 가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정신없이 전환되는 배경이나 과장된 몸짓 대신, 선율과 화성, 그리고 한 문장의 가사가 또렷이 귀에 남는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해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해석하고 분석할 여지가 더욱 넓어진다.

공연의 마지막, 지휘자는 푸치니가 여러 차례 개작을 거치며 한 대사를 고쳐 썼다고 설명했다.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에 축배를”이라는 문장이 “우리의 사랑에 축배를”로 바뀐 대목이었다. 그는 이를 두고 사랑이야말로 삶을 움직이는 동력(driving power of life)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진정한 사랑을 좇고자 했던 한 여인이 결국 ‘제비’처럼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번 공연은 그 서사를 감정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설명과 음악을 통해 사유하도록 이끌었다. 인물의 여정에 완전히 잠기지 않았기에 우리는 오히려 각자의 삶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름이 사랑일 수 있는지를 조용히 떠올려볼 수 있었다.

 

글 ㅣ 옥소정

아츠앤컬쳐 런던 특파원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재학

영국 SOAS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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