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18년 9월 가을 조각전시로 김인태 조각가의 ‘돈오점수[頓悟漸修]’ 개인전이 새롭고 훌륭했다. 세라믹 7점, 브론즈 작품 1점, 드로잉 5점이 전시된 이번 개인전 전시는 홍대 조소과와 동대학원, 뉴욕 시립대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와 우리나라에서도 남다른 각광을 받아온 김인태의 조각작품으로 작가의 성격이나 살아온 인생 철학과 함께 아름답고 단순한 신선미가 있다.
‘돈오점수[頓悟漸修]’ 전시장의 조각작품들은 트위스트 되어지고 늘어진 긴 원형 또는 기다란 사각 원형들의 모형은 단순하게 뱀이나 용같이 보이기도 하며 남녀가 어우러진 듯 보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허심탄회한 심경에서 시작하여 천천히 우러나는 미학적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조용히 몰입시키는 마력이 있다. 이는 추상작품이 주는 편안함과 멋으로 관객의 의식과 무의식을 사로잡는 매력이다. 기계가 유기체의 연장이듯 유기체가 일종의 기계이듯 역발상으로 만들어진 ‘절단들의 체계’도 보이며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나 인연이 그 늘어지고 끊어짐과 회전 안에서 느껴진다.
캐오틱(Chaotic) 패턴이랄까 복잡요란한 구조 속에서 분배되는 패턴을 엿볼 수 있듯 작가는 행위와 행위, 만남과 헤어짐의 동적인 패턴, 행위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즉 작품의 프로세스에서 패턴을 느끼고 더 나아가 그 패턴에서 프로세스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함께 어우러져서 천천히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이번 전시 제목 ‘돈오점수’란 부처가 되기 위해서 진심(眞心)의 이치를 먼저 깨친 뒤에 오랜 습기(習氣)를 제거하여 가는 수행방법이다. 즉, 수행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가, 마음의 이치를 먼저 밝혀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로 이 논의는 당나라 종밀(宗密) 이후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마음은 본래 깨끗하여 번뇌가 없고 부처와 조금도 다르지 않으므로 돈오라 한다.”고 하였고, 또 “마음이 곧 부처임을 믿어서 의정(疑情)을 대번에 쉬고 스스로 자긍(自肯)하는 데 이르면 곧 수심인(修心人)의 해오처(解悟處)가 되나니, 다시 계급과 차제가 없으므로 돈오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자기의 마음이 부처와 다름이 없음을 깨쳤다 하더라도 무시(無始) 이래로 쌓아진 습기를 갑자기 버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므로 습기를 없애는 수행을 하여야 하며, 점차로 훈화(薰化)하여야 하기 때문에 ‘점수’라고 하였다. 마치 얼음이 물인 줄 알았다 하더라도 열기를 얻어서 녹아야 비로소 물이 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즉, 얼음이 물인 줄 아는 것을 돈오라 하고, 얼음을 녹이는 것을 점수로 본 것이며, 먼저 본성을 알고 행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깨치기 이전에도 수행을 할 수는 있으나, 그러한 수행은 바른 길이 아니며 항상 의심이 따른다 한다. 이번 개인전에 김인태의 작품은 그만의 수행이고 관객인 우리는 그의 수행 행위 작품을 감상함으로 멋진 정신적 수행여행을 하게 한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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