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랑스의 퐁비에유는 아를 북동쪽, 센데아피유산의 암석지대에 있다.중세시대 큰 권력을 지녔던 보 가(家)의 영주들이 살던 곳으로 오랑주 공국을 포함, 프로방스와 도피네에 72개의 마을과 영지를 갖고 있었으나, 수세기에 걸쳐 교황, 프로방스 지배자, 프랑스 왕들을 상대로 싸우면서 점차 세력이 약화되고, 1632년 루이13세에 의해 큰 타격을 입었다. 알퐁스 도데가 〈풍차간 편지Lettres de mon moulin〉의 작품 구상을 위한 영감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알퐁스 도데 하면 우선 무엇이 떠오를까? 뭐니뭐니해도 소설 <별>일 것이다. 루베롱산 목장에서 홀로 양떼를 돌보는 양치기 소년은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 마을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아름다운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와 밤을 지새우게 된다.
멀리 언덕 위에 빛바랜 빨간 지붕 풍차가 조그맣게 보였다. 풍차는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들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바로 이 풍차가 알퐁스 도데의 작품 ‘별’에 등장하는 장소로 도데가 실제로 이 언덕에 올라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풍차 옆에 앉아 자연을 사랑한 도데가 바라보는 비 온 뒤의 싱그러움, 산과 들판의 풍경, 별이 쏟아지는 밤 풍경 등을 다시 읽으니 그림 그리듯 섬세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숲의 밤 풍경은 너무나 생생해서 낮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요정처럼 일어나 움직이듯 그려져 있었다. 어린 목동과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든 스테파네트 아가씨, 그들의 꿈같은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인생은 공부로 배울 수 없다. 서른, 마흔, 쉰, 예순이 되어야만 자물쇠가 열리는 일들과 감정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애틋하고 북받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학생에게 도데의 <별>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 나를가르친 국어선생님이 하신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야 그 시절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알아가고 있다. 한겨울의 퐁비에유는 모든 것이 쓸쓸해 보였다. 해가 서둘러 떨어지는 오후, 그 빛나는 노을을 온몸으로 맞고 있음에도 초라한 풍차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아봤다. 뼈대만 앙상한 풍차의 날개 사이로 강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데가 이 자리에 왔을 때도 이미 풍차는 멈추어 있었다고 하니 그나마 도데로 인해 생명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글 | 배종훈
서양화가 겸 명상카툰과 일러스트 작가. 불교신문을 비롯한 많은 불교 매체에 선(禪)을 표현한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여행을 다니며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소소하게 풀어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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